시절이 하 수상하다. 그 어느 때보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은 인류가 직면한 최대 문제가 기후변화임을 절감한다. 자본주의도 수상하다. 저성장, 장기침체가 한 순간의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준(뉴 노멀)이 돼 버린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농업도 심상치 않기는 매 한가지다. 글로벌화, 식품제국의 시대에서 농업과 농민은 벼랑 끝에서 신음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몹시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가 온 것이 분명한데, 그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옛것은 분명 갔으나 새것은 오지 않은’ 시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도성장기 이래 한국이 선택한 농업발전 전략은 규모화, 전문화, 집약화를 통해 농업을 산업화한다는 근대화 노선이다. 글로벌화라는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UR농업협상 타결 이후의 농정에서도 근대화 패러다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농정에 대한 요구와 농정의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지만 한국의 농정체계는 개발연대에 형성된 중앙설계의 프로그램 농정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과 농민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극도로 억누르는 지금의 농정시스템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갈 힘이 모아지기는 어렵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modus operandi)을 찾아야 한다.
계간농정연구 제58호는 한국농업의 경로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 이번 호 특집에는 지난 6월 농정연구센터 창립23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심포지엄의 발표와 토론으로 꾸몄다. 먼저, 이일영은 새로운 시대, 저성장·장기침체의 뉴노멀 시대를 맞이해서 그동안의 성장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안하는 새로운 전략은 지역차원의 한국형 뉴딜정책이다. 이를 통해 성장과 분배의 개선을 목표로 하되 국가개입에 의한 시장왜곡을 최소화하는 수평적 지역혁신체계를 만들어야하며, 좀 더 분권화된 거버넌스를 형성해 지역의 특색에 맞는 산업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까지는 잘 사용되지 않던 자원을 활용하고 변화의 싹을 지닌 틈새를 형성·확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며, 농업·농촌에서도 광역경제권 규모의 분권화된 정책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전략을 주장한다.
황수철은 지금까지의 생산주의농업을 벗어나 다기능농업이라는 새로운 농업발전모델을 제안한다. 근대화 패러다임, 글로벌화, 식품제국이 상호작용한 결과가 현재 농업·농촌이 직면한 위기의 근본원인이라는 진단을 바탕으로 새로운 농업발전모델의 탐색이 시급함을 강조한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서유럽을 중심으로 등장한 ‘농업근대화’로부터 ‘농촌발전’으로, ‘생산주의농업’으로부터 ‘다기능농업’으로 전환되는 패러다임의 이행과정을 소개하며, 다기능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농촌발전전략 수립을 강조한다. 즉, 규모화, 전문화, 집약화라는 근대화패러다임의 생산주의 농업을 벗어나 다품종 소량생산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를 지향하고, 농민은 농촌의 다양한 자연, 사회, 문화자원의 활용하여 혁신을 유도하는 농촌기업가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다기능농업에 의해 생산된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확산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지금 농업·농촌이 겪고 있는 문제는 기존의 근대화 패러다임에서 진일보한 형태가 아닌, 농업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한국농업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찾는 데서 해결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태호는 쌀 초과공급에 따른 직불금 부담은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이제는 쌀 중심 농업에서 탈피하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밭작물 재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갈 것을 제안한다. 쌀농업에서 밭농업으로의 전환은 농업에서 정부 정책 의존도가 감소하고 농업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더욱 큰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와 같은 전환 과정에서 정부는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수익성과 공익성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명헌은 중앙정부가 정책의 기획, 예산배분, 구체적 집행에 있어서 절대적인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지금의 농정 틀은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콘테스트 방식에서 지방정부의 전략적 자원배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를 해결하려면 농정의 여러 목표와 수단별로 권한과 수단을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적절한 곳에 배분하는 농정 연방주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중앙-지방, 국가-시민 사회의 협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집 말미에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특별히 기획한 <지역이 미래다>라는 주제의 토크쇼 내용을 실었다. 박영범(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이사장)이 진행하고 채인석(화성시장), 서종석(전남대 교수), 신성식(아이쿱사업연합회 CEO), 임경수(논산시 공동체경제추진단장)가 패널로 참석해 오늘날 지역이 직면하는 문제와 그를 풀어내는 해법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번호 기획은, 최근 핫이슈가 된 농협법 개정논의를 중심으로 농업개혁 이슈를 재점검하는 농정연구센터 제275회 월례세미나 내용으로 꾸몄다. 발표를 맡은 김기태는 농협이 구조적으로 갖고 있는 세 가지 지향점(자율성,전문성, 공공성)간 상충으로 인해 이번 농협법 개정이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와 경제사업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것인지,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함인지, 농업·농촌, 그리고 농민의 실익증진을 위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번 농협법 개정안의 4대 핵심이슈를 제시하면서 중앙회장 호선제와 축산특례조항 폐지가 대외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작중요한 경제사업 완전이관에 따른 중앙회 업무 및 권한조정문제와 일선조합 조합원 정예화 및 임원 판매사업 의무화에 대한 논의가 깊이 이루어지지 못
했다고 진단한다.
지난 5월 농정연구센터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과 공동으로 의무자조금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 내용을 이번호의 특집 좌담으로 구성했다. 발표를 맡은 김종안은 농식품부의 품목별 의무자조금 추진현황과 유통혁신이라는 관점에서 의무자조금의 위상과 역할을 검토하고, 의무자조금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과제를 제시했다. 이날 참석한 패널들은 의무자조금 추진에 있
어 농협의 역할, 자조금 거출에 대한 농업인들의 인식, 소비촉진, 마케팅 홍보, 수급조절에 이르는 의무자조금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호 현장은, 가축분뇨를 활용해 지역자원 순환모델 형성을 모색하는 국내외 사례를 소개한다. 허재욱은 일본 토치기현과 아이치현의 사례와 국내 논산계룡축협과 당진낙농축협의 경축자원순환 지역모델을 제시하며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농정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농업·농촌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안하는 이번호의 내용에 관해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린다. 좀 더 풍성한 논의를 통해 한국농업의 새로운 경로 모색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발간일 : 2016.7.31 분량 : 223쪽
[책머리에] 농업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찾아 / 황수철
시절이 하 수상하다. 그 어느 때보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은 인류가 직면한 최대 문제가 기후변화임을 절감한다. 자본주의도 수상하다. 저성장, 장기침체가 한 순간의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준(뉴 노멀)이 돼 버린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농업도 심상치 않기는 매 한가지다. 글로벌화, 식품제국의 시대에서 농업과 농민은 벼랑 끝에서 신음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몹시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가 온 것이 분명한데, 그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옛것은 분명 갔으나 새것은 오지 않은’ 시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도성장기 이래 한국이 선택한 농업발전 전략은 규모화, 전문화, 집약화를 통해 농업을 산업화한다는 근대화 노선이다. 글로벌화라는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UR농업협상 타결 이후의 농정에서도 근대화 패러다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농정에 대한 요구와 농정의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지만 한국의 농정체계는 개발연대에 형성된 중앙설계의 프로그램 농정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과 농민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극도로 억누르는 지금의 농정시스템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갈 힘이 모아지기는 어렵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modus operandi)을 찾아야 한다.
계간농정연구 제58호는 한국농업의 경로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 이번 호 특집에는 지난 6월 농정연구센터 창립23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심포지엄의 발표와 토론으로 꾸몄다. 먼저, 이일영은 새로운 시대, 저성장·장기침체의 뉴노멀 시대를 맞이해서 그동안의 성장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안하는 새로운 전략은 지역차원의 한국형 뉴딜정책이다. 이를 통해 성장과 분배의 개선을 목표로 하되 국가개입에 의한 시장왜곡을 최소화하는 수평적 지역혁신체계를 만들어야하며, 좀 더 분권화된 거버넌스를 형성해 지역의 특색에 맞는 산업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까지는 잘 사용되지 않던 자원을 활용하고 변화의 싹을 지닌 틈새를 형성·확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며, 농업·농촌에서도 광역경제권 규모의 분권화된 정책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전략을 주장한다.
황수철은 지금까지의 생산주의농업을 벗어나 다기능농업이라는 새로운 농업발전모델을 제안한다. 근대화 패러다임, 글로벌화, 식품제국이 상호작용한 결과가 현재 농업·농촌이 직면한 위기의 근본원인이라는 진단을 바탕으로 새로운 농업발전모델의 탐색이 시급함을 강조한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서유럽을 중심으로 등장한 ‘농업근대화’로부터 ‘농촌발전’으로, ‘생산주의농업’으로부터 ‘다기능농업’으로 전환되는 패러다임의 이행과정을 소개하며, 다기능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농촌발전전략 수립을 강조한다. 즉, 규모화, 전문화, 집약화라는 근대화패러다임의 생산주의 농업을 벗어나 다품종 소량생산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를 지향하고, 농민은 농촌의 다양한 자연, 사회, 문화자원의 활용하여 혁신을 유도하는 농촌기업가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다기능농업에 의해 생산된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확산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지금 농업·농촌이 겪고 있는 문제는 기존의 근대화 패러다임에서 진일보한 형태가 아닌, 농업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한국농업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찾는 데서 해결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태호는 쌀 초과공급에 따른 직불금 부담은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이제는 쌀 중심 농업에서 탈피하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밭작물 재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갈 것을 제안한다. 쌀농업에서 밭농업으로의 전환은 농업에서 정부 정책 의존도가 감소하고 농업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더욱 큰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와 같은 전환 과정에서 정부는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수익성과 공익성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명헌은 중앙정부가 정책의 기획, 예산배분, 구체적 집행에 있어서 절대적인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지금의 농정 틀은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콘테스트 방식에서 지방정부의 전략적 자원배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를 해결하려면 농정의 여러 목표와 수단별로 권한과 수단을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적절한 곳에 배분하는 농정 연방주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중앙-지방, 국가-시민 사회의 협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집 말미에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특별히 기획한 <지역이 미래다>라는 주제의 토크쇼 내용을 실었다. 박영범(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이사장)이 진행하고 채인석(화성시장), 서종석(전남대 교수), 신성식(아이쿱사업연합회 CEO), 임경수(논산시 공동체경제추진단장)가 패널로 참석해 오늘날 지역이 직면하는 문제와 그를 풀어내는 해법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번호 기획은, 최근 핫이슈가 된 농협법 개정논의를 중심으로 농업개혁 이슈를 재점검하는 농정연구센터 제275회 월례세미나 내용으로 꾸몄다. 발표를 맡은 김기태는 농협이 구조적으로 갖고 있는 세 가지 지향점(자율성,전문성, 공공성)간 상충으로 인해 이번 농협법 개정이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와 경제사업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것인지,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함인지, 농업·농촌, 그리고 농민의 실익증진을 위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번 농협법 개정안의 4대 핵심이슈를 제시하면서 중앙회장 호선제와 축산특례조항 폐지가 대외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작중요한 경제사업 완전이관에 따른 중앙회 업무 및 권한조정문제와 일선조합 조합원 정예화 및 임원 판매사업 의무화에 대한 논의가 깊이 이루어지지 못
했다고 진단한다.
지난 5월 농정연구센터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과 공동으로 의무자조금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 내용을 이번호의 특집 좌담으로 구성했다. 발표를 맡은 김종안은 농식품부의 품목별 의무자조금 추진현황과 유통혁신이라는 관점에서 의무자조금의 위상과 역할을 검토하고, 의무자조금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과제를 제시했다. 이날 참석한 패널들은 의무자조금 추진에 있
어 농협의 역할, 자조금 거출에 대한 농업인들의 인식, 소비촉진, 마케팅 홍보, 수급조절에 이르는 의무자조금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호 현장은, 가축분뇨를 활용해 지역자원 순환모델 형성을 모색하는 국내외 사례를 소개한다. 허재욱은 일본 토치기현과 아이치현의 사례와 국내 논산계룡축협과 당진낙농축협의 경축자원순환 지역모델을 제시하며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농정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농업·농촌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안하는 이번호의 내용에 관해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린다. 좀 더 풍성한 논의를 통해 한국농업의 새로운 경로 모색이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