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광장에 켜진 지 벌써 100일이 넘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놀랄만한 기적과도 같은 과정이었다. 촛불은 시민들의 힘과 열망을 모두 담고 있다. 촛불에 담긴 민심은 우리 사회의 폭넓고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개혁 작업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시대 교체를 바라고 있다. 시대 교체는 지금까지 정치, 경제, 사회를 떠받쳐온 이념과 가치체계를 바꾸는 일대변혁이다. 단지 사람과 정책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박정희 시대(개발독재), 시장만능 시대(재벌독재)를 대체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국가 운영 원리와 패러다임이 전면 교체돼야 가능할 일이다. 무엇보다 개발연대의 지나간 신화인 성장지상주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환경, 분배, 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반으로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생태적, 사회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농업과 농촌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농업과 농민을 업신여기고 경제와 정치의 발전을 이룬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 농업과 농촌은 천덕꾸러기다. 당장의 경제성장과 경쟁력·효율만을 강조해온 국정 속에 농업이 차지할 자리는 없었다. 공산품의 수출을 위해 농산물의 수입은 당연한 일이었으며, 저성장·양극화로 고통 받는 대다수 서민들의 여유 없는 살림살이도 결과적으로 해외 농산물 수입 확대를 도왔다. 농사가 인간 공동체의 존속에 절대로 필요한 사회공통자본이라는 주장 따위는 낡은 교과서에만 있을 뿐이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기조다. 농정은 생산주의, 경쟁력지상주의라는 낡고 편협한 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대다수 농민들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 요구가 먹거리안전, 환경, 어메니티, 가치 등으로 다양화하는 데도 농정은 여전히 농업·농민 중심으로 가격이나 소득 문제의 해결에만 매달리고 있다. 게다가 중앙정부와 관료가 주도하는 설계주의(프로그램) 농정은 창의적 혁신주체의 형성을 막고 있다. 그 결과 농업은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사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으며, 급속한 시장개방의 충격속에서 농업·농촌의 재생산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놔두고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농사를 대하는 국가와 사회의 근본 자세가 바뀌고, 농업·농촌이 국가의 중요 의제로 다뤄지는 전환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계간 농정연구 제60호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농정의 개혁 방향을 고민하고자 했다. 이번 호의 「특집」은 한국농정의 개혁 과정에서 꼭 짚어볼 필요가 있는 여섯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먼저, 최근의 가장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인 농업직불제 개편 문제다. 서세욱은 농업직불제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쌀소득보전직불제를 중심으로 농업직불제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편방안을 제시한다. 필자에 따르면, 농업직불제는 전체 예산의 65%가 쌀에 편중 지원되면서 쌀의 구조적 공급과잉을 부추기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어 근본적 개편이 불가피하다. 그가 생각하는 대안은 농가단위직불제다. 현재의 특정 품목에 대한 직접지불에서 농가단위 수입·소득에 대한 직접지불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를위해 현행 쌀소득보전직불제의 고정직불과 밭농업직불을 통합하고 친환경 농업직불, 경관보전직불, 조건불리지역직불을 농가단위직불제의 생산중립계정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급조건을 강화하며, 과거 농가 수입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기반을 조속히 구축하자는 전제조건을 강조한다.
강마야는 농정개혁을 위한 첫걸음으로 농정 예산구조 개편에 주목한다. 정책개입의 배경과 근거, 농정예산의 쟁점사항별 실태분석을 통해 예산구조 개편방안 및 실천전략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본방향과 원칙을 설정하고 농정주체별 역할에 맞는 새로운 재원배분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농정예산 실태분석을 통해 지방농정의 역할을 제안하고 있다.
이태호는 농업생산구조 변화 실태를 거시적 측면과 미시적 측면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를 바탕으로 농업구조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필자는, 한국농업의 성장궤도가 현재의 수입형 농업에서 향후 네덜란드와 같은 가공수출형 농업으로 변화해 갈 가능성이 높으며, 효율성의 한계에 와있는 상태라고 진단한다. 앞으로 한국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1인당 면적을 우선적으로 증가시켜야하며, 생산성이 높은 화훼나 축산 등에 집중하되 환경오염과 같은 집중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궁극적으로 농업의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를 가져와야한다고 본다. 다만, 소농이 지배적인 한국형 농업구조에서는 각 농가가 추구하는 생산구조가 상당히 다르며 일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될 수 있는 생산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농가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정책보다는 유형별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이주량은 한국형 농업과학기술혁신체계의 재정립을 목표로 주요 농업선진국의 농업혁신체계 발전과정을 비교·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농업과학기술혁신체계와 관련한 정책을 기획, 집행, 성과관리 부문으로 나누고, 각 부문별 핵심이슈에 대한 고려사항을 해외 선진국의 경험과 통시적 관점에서 비교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도보급기능과 조직의 변화(축소), 국가주도형 농업 R&D 추진의 지속, 수요자가 참여하는 현장중심의 상향식 연구개발 확대,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의 정당성 확보, 부·청에 분산되어 있는 농업 R&D 예산의 일원화, 농업 실용화 전문기관의 R&BD 재원 확대 등을 제안한다.
김기흥은 한국 유기농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다. 필자에 따르면, 한국의 유기농업은 1970년대 중반 관행농업의 폐해에 대한 농민들의 자발적인 반성에서 시작돼 현재 중장년기에 접어들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저농약-무농약-유기농업의 단계적 발전을 목적으로 ‘친환경농업’ 전략을 추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지금은 유기농업이 지니는 다양한 가치와 원칙을 되돌아보면서 새롭게 고민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함께 한국 유기농업의 재도약을 위해 유기농업이 본래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 인증에 기반한 친환경농업이 갖는 여러 문제와 한계에 대처하는 방법을 진단한다. 구체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자율적 인증제, 지역순환형 친환경자재, 씨앗과 육묘, 그리고 친환경농업을 계승할 후계자와 소비자 양성 문제를 논의한다.
금민은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본소득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본소득의 단계적 도입방법의 장점과 한계에 대해 검토하고, 기본소득 도입 이후에도 병존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제도인 참여소득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실현가능한 농업참여소득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에 따르면, 농업참여소득은 직업으로서의 농사의 전반적인 저소득화, 농업의 공익적 성격,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한 농민 이익의 침해 등의 사회적 배경과 함께도입 필요성이 충분하며, 농업의 공익적 성격과 생태적 관점에서 정당성도 충분하다. 그가 제시하는 기본소득의 지급액수는 도시근로자 가구와 농가의 소득격차를 고려해 1인당 월 50만 원, 연간 600만 원 정도이며, 농민뿐 아니라 연중 6개월 이상 농촌에 거주하는 농업노동자 중 만 19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한다. 소요재정은 약 14.4조 원으로 추정되며, 조세형 모델로서 농민사회복지세 등 특별세로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2월 16일 농정연구센터는 “농산물 가격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의 논의 내용을 이번 호 「좌담」으로 정리했다. 농정연구센터 황수철 소장이 사회를 보고 제주대학교 유영봉 교수의 발제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강마야(충남연구원), 박준기(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태호(서울대학교), 채성훈(농협중앙회)이 패널로 참석했다. 농산물 가격을 둘러싼 현상 진단, 농산물 가격하락 문제와 위험관리의 주요 쟁점, 농산물 가격하락 위험에 대한 대응방안 등 크게 세 파트로 나눠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이번 호를 시작으로 「현장」 동향에서는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 확보에서 핵심과제가 되는 농촌의 청년문제를 시리즈로 다룰 생각이다. 그 첫 번째 기획으로 청년을 지원하는 유럽연합의 농촌정책을 검토한다. 2014년 EU 농촌발전네트워크(ENRD)에서 발간한 『청년 및 청년농업인을 위한 이니셔티브(Youth and Young Farmers Thematic Initiative)』라는 제목의 최종보고서 일부를 발췌 번역했다. EU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년정책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청년을 타겟으로 한 각종 농촌개발프로그램과 다양한 사례를 정리했다. 우리 농촌의 청년정책 고민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좋은 내용으로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향한 농정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익숙한 관행을 벗어던지자는 혁신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농업·농촌
의 회생을 통해 새로운 사회나 시대의 교체를 꿈꾸는 자들의 목소리가 아직은 작고 약하다. 변화에 대한 열망과 역량을 한데 모아내고, 개혁 의제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짚어가는 치밀함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노력을 한층 경주할 필요가 있다. 계간 농정연구 역시 금년도에는 농정개혁 의제를 계속 다뤄
갈 계획이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다양한 의견을 기다린다.
발간일 : 2017.1.31 분량 : 241쪽
[책머리에]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농정개혁을 / 황수철
촛불이 광장에 켜진 지 벌써 100일이 넘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놀랄만한 기적과도 같은 과정이었다. 촛불은 시민들의 힘과 열망을 모두 담고 있다. 촛불에 담긴 민심은 우리 사회의 폭넓고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개혁 작업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시대 교체를 바라고 있다. 시대 교체는 지금까지 정치, 경제, 사회를 떠받쳐온 이념과 가치체계를 바꾸는 일대변혁이다. 단지 사람과 정책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박정희 시대(개발독재), 시장만능 시대(재벌독재)를 대체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국가 운영 원리와 패러다임이 전면 교체돼야 가능할 일이다. 무엇보다 개발연대의 지나간 신화인 성장지상주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환경, 분배, 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반으로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생태적, 사회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농업과 농촌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농업과 농민을 업신여기고 경제와 정치의 발전을 이룬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 농업과 농촌은 천덕꾸러기다. 당장의 경제성장과 경쟁력·효율만을 강조해온 국정 속에 농업이 차지할 자리는 없었다. 공산품의 수출을 위해 농산물의 수입은 당연한 일이었으며, 저성장·양극화로 고통 받는 대다수 서민들의 여유 없는 살림살이도 결과적으로 해외 농산물 수입 확대를 도왔다. 농사가 인간 공동체의 존속에 절대로 필요한 사회공통자본이라는 주장 따위는 낡은 교과서에만 있을 뿐이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기조다. 농정은 생산주의, 경쟁력지상주의라는 낡고 편협한 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대다수 농민들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 요구가 먹거리안전, 환경, 어메니티, 가치 등으로 다양화하는 데도 농정은 여전히 농업·농민 중심으로 가격이나 소득 문제의 해결에만 매달리고 있다. 게다가 중앙정부와 관료가 주도하는 설계주의(프로그램) 농정은 창의적 혁신주체의 형성을 막고 있다. 그 결과 농업은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사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으며, 급속한 시장개방의 충격속에서 농업·농촌의 재생산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놔두고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농사를 대하는 국가와 사회의 근본 자세가 바뀌고, 농업·농촌이 국가의 중요 의제로 다뤄지는 전환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계간 농정연구 제60호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농정의 개혁 방향을 고민하고자 했다. 이번 호의 「특집」은 한국농정의 개혁 과정에서 꼭 짚어볼 필요가 있는 여섯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먼저, 최근의 가장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인 농업직불제 개편 문제다. 서세욱은 농업직불제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쌀소득보전직불제를 중심으로 농업직불제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편방안을 제시한다. 필자에 따르면, 농업직불제는 전체 예산의 65%가 쌀에 편중 지원되면서 쌀의 구조적 공급과잉을 부추기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어 근본적 개편이 불가피하다. 그가 생각하는 대안은 농가단위직불제다. 현재의 특정 품목에 대한 직접지불에서 농가단위 수입·소득에 대한 직접지불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를위해 현행 쌀소득보전직불제의 고정직불과 밭농업직불을 통합하고 친환경 농업직불, 경관보전직불, 조건불리지역직불을 농가단위직불제의 생산중립계정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급조건을 강화하며, 과거 농가 수입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기반을 조속히 구축하자는 전제조건을 강조한다.
강마야는 농정개혁을 위한 첫걸음으로 농정 예산구조 개편에 주목한다. 정책개입의 배경과 근거, 농정예산의 쟁점사항별 실태분석을 통해 예산구조 개편방안 및 실천전략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본방향과 원칙을 설정하고 농정주체별 역할에 맞는 새로운 재원배분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농정예산 실태분석을 통해 지방농정의 역할을 제안하고 있다.
이태호는 농업생산구조 변화 실태를 거시적 측면과 미시적 측면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를 바탕으로 농업구조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필자는, 한국농업의 성장궤도가 현재의 수입형 농업에서 향후 네덜란드와 같은 가공수출형 농업으로 변화해 갈 가능성이 높으며, 효율성의 한계에 와있는 상태라고 진단한다. 앞으로 한국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1인당 면적을 우선적으로 증가시켜야하며, 생산성이 높은 화훼나 축산 등에 집중하되 환경오염과 같은 집중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궁극적으로 농업의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를 가져와야한다고 본다. 다만, 소농이 지배적인 한국형 농업구조에서는 각 농가가 추구하는 생산구조가 상당히 다르며 일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될 수 있는 생산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농가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정책보다는 유형별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이주량은 한국형 농업과학기술혁신체계의 재정립을 목표로 주요 농업선진국의 농업혁신체계 발전과정을 비교·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농업과학기술혁신체계와 관련한 정책을 기획, 집행, 성과관리 부문으로 나누고, 각 부문별 핵심이슈에 대한 고려사항을 해외 선진국의 경험과 통시적 관점에서 비교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도보급기능과 조직의 변화(축소), 국가주도형 농업 R&D 추진의 지속, 수요자가 참여하는 현장중심의 상향식 연구개발 확대,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의 정당성 확보, 부·청에 분산되어 있는 농업 R&D 예산의 일원화, 농업 실용화 전문기관의 R&BD 재원 확대 등을 제안한다.
김기흥은 한국 유기농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다. 필자에 따르면, 한국의 유기농업은 1970년대 중반 관행농업의 폐해에 대한 농민들의 자발적인 반성에서 시작돼 현재 중장년기에 접어들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저농약-무농약-유기농업의 단계적 발전을 목적으로 ‘친환경농업’ 전략을 추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지금은 유기농업이 지니는 다양한 가치와 원칙을 되돌아보면서 새롭게 고민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함께 한국 유기농업의 재도약을 위해 유기농업이 본래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 인증에 기반한 친환경농업이 갖는 여러 문제와 한계에 대처하는 방법을 진단한다. 구체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자율적 인증제, 지역순환형 친환경자재, 씨앗과 육묘, 그리고 친환경농업을 계승할 후계자와 소비자 양성 문제를 논의한다.
금민은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본소득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본소득의 단계적 도입방법의 장점과 한계에 대해 검토하고, 기본소득 도입 이후에도 병존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제도인 참여소득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실현가능한 농업참여소득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에 따르면, 농업참여소득은 직업으로서의 농사의 전반적인 저소득화, 농업의 공익적 성격,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한 농민 이익의 침해 등의 사회적 배경과 함께도입 필요성이 충분하며, 농업의 공익적 성격과 생태적 관점에서 정당성도 충분하다. 그가 제시하는 기본소득의 지급액수는 도시근로자 가구와 농가의 소득격차를 고려해 1인당 월 50만 원, 연간 600만 원 정도이며, 농민뿐 아니라 연중 6개월 이상 농촌에 거주하는 농업노동자 중 만 19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한다. 소요재정은 약 14.4조 원으로 추정되며, 조세형 모델로서 농민사회복지세 등 특별세로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2월 16일 농정연구센터는 “농산물 가격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의 논의 내용을 이번 호 「좌담」으로 정리했다. 농정연구센터 황수철 소장이 사회를 보고 제주대학교 유영봉 교수의 발제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강마야(충남연구원), 박준기(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태호(서울대학교), 채성훈(농협중앙회)이 패널로 참석했다. 농산물 가격을 둘러싼 현상 진단, 농산물 가격하락 문제와 위험관리의 주요 쟁점, 농산물 가격하락 위험에 대한 대응방안 등 크게 세 파트로 나눠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이번 호를 시작으로 「현장」 동향에서는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 확보에서 핵심과제가 되는 농촌의 청년문제를 시리즈로 다룰 생각이다. 그 첫 번째 기획으로 청년을 지원하는 유럽연합의 농촌정책을 검토한다. 2014년 EU 농촌발전네트워크(ENRD)에서 발간한 『청년 및 청년농업인을 위한 이니셔티브(Youth and Young Farmers Thematic Initiative)』라는 제목의 최종보고서 일부를 발췌 번역했다. EU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년정책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청년을 타겟으로 한 각종 농촌개발프로그램과 다양한 사례를 정리했다. 우리 농촌의 청년정책 고민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좋은 내용으로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향한 농정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익숙한 관행을 벗어던지자는 혁신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농업·농촌
의 회생을 통해 새로운 사회나 시대의 교체를 꿈꾸는 자들의 목소리가 아직은 작고 약하다. 변화에 대한 열망과 역량을 한데 모아내고, 개혁 의제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짚어가는 치밀함으로 미래를 열어가는 노력을 한층 경주할 필요가 있다. 계간 농정연구 역시 금년도에는 농정개혁 의제를 계속 다뤄
갈 계획이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다양한 의견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