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문재인 후보는 농정공약을 직접 발표하면서 과거와의 단절을 약속했다.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고 더 이상 농민을 방치하지 않겠노라고 힘줘 말했다. 무엇보다 농정 철학과 기조의 근본적 변화를 강조했다. 농업・농촌의 위기는 경쟁과 효율만 내세워온 잘못된 농정 이념 때문이라며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새로운 농정 비전으로 제시해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추진할 국정운영계획에서는 이런 큰 그림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새로운 설계도와 나침반을 표방하지만 문재인 정부 ‘농정호(農政號)‘의 방향과 목표가 뭔지 분명치 않다.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 게다. 몇몇 핵심공약이 사라지고 남은 의제들도 빛이 바랬다. 유리한 것은 넣고 불리한 것은 빼는, 살짝 본말을 바꾼 흔적도 보인다. 물론 선거판의 공약과 새 정부의 국정 운영 청사진이 같을 수는 없다. 선거공학의 무리한 약속을 걷어내는 일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택된 국정과제는 공약과의 괴리가 너무 크고, 국가 농정의 기본 틀부터 바꾸겠다는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무색하게 한다. 대통령의 의지와 약속을 엉망으로 만든 불량 기획자문이라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하여 당장 농민들은 좌절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농민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잇따른 성명서를 통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농정과제를 폐기하고 다시 수립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서둘러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어찌된 일인지 전말과 책임소재를 반드시 밝혀내고, 농정 틀의 근본 전환을 위한 청사진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아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인식에서 계간 농정연구 제 62호는 대통령이 약속한 농정개혁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한 실천전략 모색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먼저, 농정연구센터의 정영일 이사장은 권두칼럼에서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대통령 직속 농정특별위원회의 성격과 기능 정립이라고 강조한다. 작금의 국정운영계획으로는 지속가능 패러다임으로의 농정 기조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어려운 바, 특별기구를 통한 ‘큰 그림 그리기‘가 불가결하다는 진단이다. 그리고 지금은 특별기구 설립 입법 준비에 시간 낭비할 여유가 없는 긴급 상황임을 깊이 인식해 대통령령에 근거한 한시적 정책기획자문기구를 서둘러 발족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호 <특집>은 지난 6월 15일부터 7월 12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 농정공약 실천을 위한 전략 세미나‘를 토대로 구성됐다. 세미나는 농정공약의 핵심의제 네 가지를 선정, 어떻게 실현해갈 것인지 구체적 전략을 모색하려는 기획이다. 농어업정책포럼, 대안농정대토론회조직위원회, 농업과행복한미래(국회의원모임)가 공동주최하고 관련 전문가와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집약되는 좋은 기회였다. 대선 농정공약과 국정운영계획에 키워드로만 들어있는 의제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꼭 짚어야 할 쟁점들을 다루고 있는 바, 향후 실행 프로그램 마련에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제1차 전략 세미나 주제는 "푸드플랜,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두 개의 발제와 종합토론으로 구성됐는데, 먼저 "국가적 먹거리종합전략의 추진방향과 과제"(김종안)에서는 국가 푸드플랜 수립의 필요성과 당위성, 통합적 계획 수립의 실천과제가 제시됐다.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교육부, 환경부 등으로 분절된 관리시스템으로는 먹거리 문제 대응이 어려우므로 가칭 국가먹거리위원회와 국가먹거리기본법으로 통합 관리하자는 제안이다. 두번째 발제인 "지역 푸드플랜의 방향과 과제"에서 길청순은 지역 푸드플랜은 생산자를 넘어 ‘지역‘의 모든 먹거리 수요계층을 포괄하고,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추진돼야 함을 강조한다.
제2차 세미나에서는 "농업직불제의 개편과 과제"라는 발제와 함께 "직불제 중심 농정전환,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김태훈은 직불제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설파하고, 현행 8개 직불제를 농지관리직불제와 농업농촌환경보전정책사업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토론자들은 기본방향에 공감하면서도 농정기조의 과감한 전환과 재원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대통령이 약속한 농정 틀의 근본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농촌발전정책의 재정립은 매우 시급한 과제인데도 관련 공약은 미흡하다. 제3차 세미나에서는 공약의 보완 차원에서 "농촌사회혁신,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국가농촌개발프로그램의 도입과 농촌정책의 재편"(오현석), "도농상생에 기반한 농촌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임경수)이라는 두 발제를 통해 중앙정부 주도 정책 추진방식의 획기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제4차 세미나는 "농정거버넌스 혁신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대통령이 약속한 거버넌스 농정의 핵심 실천도구인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 설치와 ‘농업회의소’ 법제화 문제를 집중 토론했다. "농소정 협치농정 모델로서의 대통령 직속기구 설치방안"에서 허헌중은 단순 자문기구가 아닌 총괄 기획・조정・평가를 담당하는 실행기구로서 명실상부한 민관협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농업회의소인가?"라는 발제를 통해 정기수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농업계 권익을 대변하는 대의기구 설립이 영영 불가능해질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대통령 공약 사항인데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정치권, 정부, 농협, 농민단체 모두의 인식 전환과 적극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호 <기획>에서는 푸드플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세 편의 글을 실었다. 푸드플랜은 국가 푸드플랜과 지역 푸드플랜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지역 푸드플랜의 소개에 초점을 맞췄다. <특집>의 ‘푸드플랜, 어떻게 할 것인가?‘의 부록으로 읽히면 좋겠다.
먼저, 문은숙의 "서울의 먹거리기본계획 추진내용과 발전방향"은 서울시 먹거리정책을 되짚어본다. 제대로 된 먹거리기본계획으로 발전해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을 정리하고 있다. 2017년 6월 20일 발표한 ‘2020 먹거리마스터플랜‘은 건강, 보장, 상생, 안전이라는 먹거리기본계획의 핵심가치를 잘 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기존 정책들의 조합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지역 푸드플랜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해는 깊지 않다. 북미와 유럽의 경험을 통해 좀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에서 두 편의 글을 번역해 실었다. "도시먹거리전략: 지속가능한 푸드시스템을 향한 지침"은 도시먹거리전략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공동생산하기 위해 추진된 유럽의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왜 도시먹거리전략이 필요한지, 도시먹거리전략이란 무엇인지, 도시먹거리전략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쉬우면서도 구체적인 접근 전략을 안내하고 있다. 모두에게 좀 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유럽 여러 도시들의 경험을 만날 수 있다.
오늘날의 먹거리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복합적 이슈를 안고 있다. 아주 다양하고 상이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어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 따라서 도시먹거리전략의 성패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조직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구의 대표적인 조직화 방법은 ‘먹거리정책위원회‘의 결성이다. "미국의 먹거리정책위원회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는 이 문제를 깊이 있게 짚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이뤄진 지난 30여 년의 먹거리정책 실험을 방대한 문헌조사와 활동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잘 정리한 자료다. 먹거리정책위원회 관련 연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초문헌으로서 꼼꼼히 읽어두면 좋겠다.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을까. 지금 농업계는 큰 실망과 함께 날선 비판의 칼을 놓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고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농정패러다임의 변화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임 장관의 농정개혁 약속에도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이대로라면 대립과 반목만 깊어질 우려가 크다. 해법은 대통령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일이다. 실수는 가능한 한 빨리 바로잡는 게 최고의 대책이다. 국정운영계획의 부족한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새로운 논의 틀을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가 납득할 청사진을 다시 그리는 길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대통령 직속 농정특별기구를 서둘러 마련해 문재인 정부 농정의 큰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 정답이다. 그렇게 해서 이반하는 농심과 민심을 속히 달래는 큰 정치를 기대해본다.
발간일 : 2017.7.31 분량 : 271쪽
[책머리에] 문재인 정부 농정의 큰 그림을 그려라 /황수철
지난 4월 27일 문재인 후보는 농정공약을 직접 발표하면서 과거와의 단절을 약속했다.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고 더 이상 농민을 방치하지 않겠노라고 힘줘 말했다. 무엇보다 농정 철학과 기조의 근본적 변화를 강조했다. 농업・농촌의 위기는 경쟁과 효율만 내세워온 잘못된 농정 이념 때문이라며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새로운 농정 비전으로 제시해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추진할 국정운영계획에서는 이런 큰 그림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새로운 설계도와 나침반을 표방하지만 문재인 정부 ‘농정호(農政號)‘의 방향과 목표가 뭔지 분명치 않다.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 게다. 몇몇 핵심공약이 사라지고 남은 의제들도 빛이 바랬다. 유리한 것은 넣고 불리한 것은 빼는, 살짝 본말을 바꾼 흔적도 보인다. 물론 선거판의 공약과 새 정부의 국정 운영 청사진이 같을 수는 없다. 선거공학의 무리한 약속을 걷어내는 일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택된 국정과제는 공약과의 괴리가 너무 크고, 국가 농정의 기본 틀부터 바꾸겠다는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무색하게 한다. 대통령의 의지와 약속을 엉망으로 만든 불량 기획자문이라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하여 당장 농민들은 좌절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농민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잇따른 성명서를 통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농정과제를 폐기하고 다시 수립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서둘러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어찌된 일인지 전말과 책임소재를 반드시 밝혀내고, 농정 틀의 근본 전환을 위한 청사진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아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인식에서 계간 농정연구 제 62호는 대통령이 약속한 농정개혁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한 실천전략 모색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먼저, 농정연구센터의 정영일 이사장은 권두칼럼에서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대통령 직속 농정특별위원회의 성격과 기능 정립이라고 강조한다. 작금의 국정운영계획으로는 지속가능 패러다임으로의 농정 기조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어려운 바, 특별기구를 통한 ‘큰 그림 그리기‘가 불가결하다는 진단이다. 그리고 지금은 특별기구 설립 입법 준비에 시간 낭비할 여유가 없는 긴급 상황임을 깊이 인식해 대통령령에 근거한 한시적 정책기획자문기구를 서둘러 발족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호 <특집>은 지난 6월 15일부터 7월 12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 농정공약 실천을 위한 전략 세미나‘를 토대로 구성됐다. 세미나는 농정공약의 핵심의제 네 가지를 선정, 어떻게 실현해갈 것인지 구체적 전략을 모색하려는 기획이다. 농어업정책포럼, 대안농정대토론회조직위원회, 농업과행복한미래(국회의원모임)가 공동주최하고 관련 전문가와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집약되는 좋은 기회였다. 대선 농정공약과 국정운영계획에 키워드로만 들어있는 의제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꼭 짚어야 할 쟁점들을 다루고 있는 바, 향후 실행 프로그램 마련에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제1차 전략 세미나 주제는 "푸드플랜,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두 개의 발제와 종합토론으로 구성됐는데, 먼저 "국가적 먹거리종합전략의 추진방향과 과제"(김종안)에서는 국가 푸드플랜 수립의 필요성과 당위성, 통합적 계획 수립의 실천과제가 제시됐다.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교육부, 환경부 등으로 분절된 관리시스템으로는 먹거리 문제 대응이 어려우므로 가칭 국가먹거리위원회와 국가먹거리기본법으로 통합 관리하자는 제안이다. 두번째 발제인 "지역 푸드플랜의 방향과 과제"에서 길청순은 지역 푸드플랜은 생산자를 넘어 ‘지역‘의 모든 먹거리 수요계층을 포괄하고,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추진돼야 함을 강조한다.
제2차 세미나에서는 "농업직불제의 개편과 과제"라는 발제와 함께 "직불제 중심 농정전환,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김태훈은 직불제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설파하고, 현행 8개 직불제를 농지관리직불제와 농업농촌환경보전정책사업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토론자들은 기본방향에 공감하면서도 농정기조의 과감한 전환과 재원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대통령이 약속한 농정 틀의 근본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농촌발전정책의 재정립은 매우 시급한 과제인데도 관련 공약은 미흡하다. 제3차 세미나에서는 공약의 보완 차원에서 "농촌사회혁신,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국가농촌개발프로그램의 도입과 농촌정책의 재편"(오현석), "도농상생에 기반한 농촌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임경수)이라는 두 발제를 통해 중앙정부 주도 정책 추진방식의 획기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제4차 세미나는 "농정거버넌스 혁신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대통령이 약속한 거버넌스 농정의 핵심 실천도구인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 설치와 ‘농업회의소’ 법제화 문제를 집중 토론했다. "농소정 협치농정 모델로서의 대통령 직속기구 설치방안"에서 허헌중은 단순 자문기구가 아닌 총괄 기획・조정・평가를 담당하는 실행기구로서 명실상부한 민관협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농업회의소인가?"라는 발제를 통해 정기수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농업계 권익을 대변하는 대의기구 설립이 영영 불가능해질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대통령 공약 사항인데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정치권, 정부, 농협, 농민단체 모두의 인식 전환과 적극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호 <기획>에서는 푸드플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세 편의 글을 실었다. 푸드플랜은 국가 푸드플랜과 지역 푸드플랜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지역 푸드플랜의 소개에 초점을 맞췄다. <특집>의 ‘푸드플랜, 어떻게 할 것인가?‘의 부록으로 읽히면 좋겠다.
먼저, 문은숙의 "서울의 먹거리기본계획 추진내용과 발전방향"은 서울시 먹거리정책을 되짚어본다. 제대로 된 먹거리기본계획으로 발전해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을 정리하고 있다. 2017년 6월 20일 발표한 ‘2020 먹거리마스터플랜‘은 건강, 보장, 상생, 안전이라는 먹거리기본계획의 핵심가치를 잘 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기존 정책들의 조합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지역 푸드플랜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해는 깊지 않다. 북미와 유럽의 경험을 통해 좀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에서 두 편의 글을 번역해 실었다. "도시먹거리전략: 지속가능한 푸드시스템을 향한 지침"은 도시먹거리전략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공동생산하기 위해 추진된 유럽의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왜 도시먹거리전략이 필요한지, 도시먹거리전략이란 무엇인지, 도시먹거리전략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쉬우면서도 구체적인 접근 전략을 안내하고 있다. 모두에게 좀 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유럽 여러 도시들의 경험을 만날 수 있다.
오늘날의 먹거리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복합적 이슈를 안고 있다. 아주 다양하고 상이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어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 따라서 도시먹거리전략의 성패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조직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구의 대표적인 조직화 방법은 ‘먹거리정책위원회‘의 결성이다. "미국의 먹거리정책위원회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는 이 문제를 깊이 있게 짚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이뤄진 지난 30여 년의 먹거리정책 실험을 방대한 문헌조사와 활동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잘 정리한 자료다. 먹거리정책위원회 관련 연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초문헌으로서 꼼꼼히 읽어두면 좋겠다.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을까. 지금 농업계는 큰 실망과 함께 날선 비판의 칼을 놓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고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농정패러다임의 변화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임 장관의 농정개혁 약속에도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이대로라면 대립과 반목만 깊어질 우려가 크다. 해법은 대통령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일이다. 실수는 가능한 한 빨리 바로잡는 게 최고의 대책이다. 국정운영계획의 부족한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새로운 논의 틀을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가 납득할 청사진을 다시 그리는 길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대통령 직속 농정특별기구를 서둘러 마련해 문재인 정부 농정의 큰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 정답이다. 그렇게 해서 이반하는 농심과 민심을 속히 달래는 큰 정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