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농업이 시민의 기본적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필수불가결한 이른바 다기능성(multifunctionality)을 갖는 사회공통자본이므로 사회 전체의 공유자산으로 관리하자는 관점이 깔려있다. 먹거리 공급 이외에 환경・생태・경관・문화・교육・지역사회 유지・보전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여러 편익을 제공하는 농업의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생각이다. 일리 있고 타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함께 생각해볼 점이 있다. 과연 우리 농업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정부와 농가는 다기능성을 위해 얼마나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는가. 오히려 다기능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농사활동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가. 유감스럽게도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의 농업발전전략은 생태・환경을 어지럽혀왔고 농촌의 오래된 문화, 역사, 공동체성을 훼손해왔음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업・농촌은 사회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으며, 소비자・국민이 농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결코 곱지만은 않다. 지금의 농업을 바꿔내는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헌법 개정 논의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농업을 어떤 방향으로 바꿔가야 할까. 이 지면을 통해 이미 제시한 바이지만(계간 농정연구 58호), 지금의 생산주의 농업을 벗어나 다기능 농업으로 농업발전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성장・생산주의와 경쟁력 강화라는 이념으로 일관된 정책으로는 시대와 사회의 요구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는 농업 본래의 다기능성을 살려 위기를 극복해가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새로운 시장 수요와 지역과 사회의 생태적, 사회문화적 필요에 맞춰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농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다기능 농업 활동을 통해 농촌을 단순 생산공간이 아닌 복합공간(생활・경제활동・환경・경관・문화・휴식・교육의 장)으로 발전시켜간다는 관점에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
다기능 농업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우리 농촌공간에서도 그 맹아는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소득압박이라는 엄혹한 현실을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전략으로 극복하려는 지역과 농가의 자발적 노력이 고품질산품, 지역특산품, 유기농식품, 로컬푸드의 생산・유통으로 나타나고, 농촌관광, 에너지생산, 자연 및 경관 관리 등 농가활동영역을 비농업분야로 다각화하는 노력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 가운데 최근 주목되는 것이 이른바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이다. 이번 호는 바로 이 사회적 농업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기획됐다.
사회적 농업은 2000년대 이후 유럽연합에서 다기능 농업의 주요 활동의 하나로 주시되고 있다. 아직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농업 실천”으로 이해된다. 장애인, 고령자, 청년실업자, 미성년자, 이주민 등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 농업부문의 자원을 활용해 고용, 돌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이 유럽 각국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활동은 국내에서도 볼 수 있지만 아직 맹아단계이고 관련 연구도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농업이 갑자기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새 정부가 정책과제로 내놓으면서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농정공약에 사회적 농업이 키워드로 들어가고, 국정기획자문회의의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서 81번째 국정과제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 농산어촌 조성’의 세부 내용으로 확정되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당장 내년부터 ‘사회적 농업 시범사업’과 사회적 농업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소 서둘러 정책화가 추진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의 시범사업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 만하며, 이 참에 숙의를 거쳐 초기 방향을 잘 설정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이런 생각으로 지난 9월 28일 농정연구센터는 “사회적 농업의 의의와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열었고, 이날의 논의 내용을 이번 호 <좌담>으로 실었다. 농정연구센터 황수철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자리에는 올해 사회적 농업 연구를 진행하는 김정섭(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제자로, 강혜영(농림축산식품부), 성지은(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정민철(젊은협업농장), 최병찬(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이 패널로 참석했다. 긴 시간의 논의를 통해 사회적 농업의 개념, 정부의 정책 지원방식, 사회적 농업의 담당주체, 사회적 농업 정책에 대한 정부의 역할분담, 사회적 농업 현장의 실무를 담당하는 스탭 문제 그리고 2018년도 시범사업 시행 및 관련 법 제정에 따른 쟁점 등 지금 당장 꼭 짚어봐야 할 핵심 쟁점들을 두루 검토했다.
<사회적 농업의 이해>라는 특집 주제를 채울 원고는 국내외의 실천사례와 정책을 중심으로 꾸며봤다. 먼저 유럽과 일본의 사례와 정책을 두 편의 글로 정리했다.
이정해는 유럽의 사회적 농업 실천과 지원정책 동향을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한다. 사회적 협동조합이 주도하는 이탈리아, 가족 기반의 농장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케어팜)가 주를 이루는 네덜란드, 지역에 있는 돌봄 기관과 가족 기반의 민간 농장이 역할분담을 통해 협력하는 벨기에의 사례 등을 통해 한국의 사회적 농업에 주는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일본에서는 ‘농업과 복지의 연계(농복연계)’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농업에 접근한다. 농업・농촌의 사정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최근 연구성과물을 번역해 실었다. 농림수산성 농림수산정책연구소에서 2016년에 발간한 “농업과 복지의 연계 형성에 관한 연구-장애인의 농업분야 취업사례를 중심으로”라는 글에서 발췌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농복연계 사례를 복지분야에서 진출한 경우와 농업분야에서 진출한 경우로 나눠 분석하고, 각 유형별 차이를 고려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농업과 복지영역의 접점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매칭을 위해서는 중간조직과 같은 지원체제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직 많지 않은 국내의 실천사례 가운데 하나인 ‘행복농장’(충남 홍성군 장곡면)을 이끌어가는 안병은의 글을 이번 호의 <논단>으로 뽑았다. 단순한 사례 소개를 넘어 사회적 농업을 보는 기본 관점과 관련해 많은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사회적 농업이 정책사업으로 추진되기 이전에 농촌 공동체 안에 내재되어 있는 돌봄의 기능을 먼저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회복을 통해 사회적 농업은 물론 사회 통합의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데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현장>에서는 국내와 해외 사례 한 편 씩을 소개한다. 농정연구센터 연구원인 박윤지・유리나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의 여민동락공동체를 사회적 농업의 대표사례로 보고 그곳의 대표살림꾼인 권혁범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민동락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지센터, 모싯잎송편공장과 작목반 활동,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학교살리기운동 등은 사회적 농업의 다양한 실천유형을 포괄하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분절되지 않고 지역사회의 발전과 통합을 지향하는 드문 사례로서, 국내농촌지역에서 사회적 농업이 어떻게 발전해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좋은 참고자료라 하겠다.
정상택이 소개하는 독일의 사례는 필자가 지난 6월 직접 방문해서 작성한 생생한 현장 모습을 담고 있다. 세 개의 사례가 소개되는데, 먼저 전 세계에 100여 개 이상 공동체가 설립되어 운영되는 캠프힐 마을공동체는 생명역동농법을 기초로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고 일하는 사례다. 두 번째는 장애인의 직업적 생애주기를 고려해 맞춤식 직업훈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겐스 바그너에서 운영하는 압스베르크 농장 사례다. 마지막은 농장유치원 사례로, 치유승마장을 함께 운영하면서 종합적 교육을 제공한다. 이 글을 통해 독일의 사회적 농업 추진주체가 갖는 취약계층에 대한 인식과 프로그램 제공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독일 바이에른 주 농업청에서 사회적 농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농업경영체를 위해 발간한 지침서를 이번 호의 <자료>로 실었다. 독일 전문가인 지역아카데미 강동규 박사가 번역을 맡아줬다. 사회적 농업의 개념, SWOT분석을 통한 경영체의 합리적 의사결정, 사회적 농업 제공형태, 제공형태에 따른 진입 전제조건, 자금조달, 관련 법률 등에 관련해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가 담겨있다. 사회적 농업에 대한 논의와 정책지원 초기 단계인 우리 현실에서 실제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데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들을 제공한다.
사회적 농업은, 우리 농촌지역이 다기능 농업을 기반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단초를 제공할 소중한 실험이 될 수 있다. 이번 호의 내용으로 사회적 농업의 전모를 보여주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첫 단추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린다.
발간일 : 2017.10.31 분량 :
[책머리에] 다기능 농업의 확산을 위해 / 황수철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농업이 시민의 기본적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필수불가결한 이른바 다기능성(multifunctionality)을 갖는 사회공통자본이므로 사회 전체의 공유자산으로 관리하자는 관점이 깔려있다. 먹거리 공급 이외에 환경・생태・경관・문화・교육・지역사회 유지・보전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여러 편익을 제공하는 농업의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생각이다. 일리 있고 타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함께 생각해볼 점이 있다. 과연 우리 농업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정부와 농가는 다기능성을 위해 얼마나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는가. 오히려 다기능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농사활동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가. 유감스럽게도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의 농업발전전략은 생태・환경을 어지럽혀왔고 농촌의 오래된 문화, 역사, 공동체성을 훼손해왔음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업・농촌은 사회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으며, 소비자・국민이 농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결코 곱지만은 않다. 지금의 농업을 바꿔내는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헌법 개정 논의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농업을 어떤 방향으로 바꿔가야 할까. 이 지면을 통해 이미 제시한 바이지만(계간 농정연구 58호), 지금의 생산주의 농업을 벗어나 다기능 농업으로 농업발전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성장・생산주의와 경쟁력 강화라는 이념으로 일관된 정책으로는 시대와 사회의 요구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는 농업 본래의 다기능성을 살려 위기를 극복해가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새로운 시장 수요와 지역과 사회의 생태적, 사회문화적 필요에 맞춰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농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다기능 농업 활동을 통해 농촌을 단순 생산공간이 아닌 복합공간(생활・경제활동・환경・경관・문화・휴식・교육의 장)으로 발전시켜간다는 관점에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
다기능 농업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우리 농촌공간에서도 그 맹아는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소득압박이라는 엄혹한 현실을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전략으로 극복하려는 지역과 농가의 자발적 노력이 고품질산품, 지역특산품, 유기농식품, 로컬푸드의 생산・유통으로 나타나고, 농촌관광, 에너지생산, 자연 및 경관 관리 등 농가활동영역을 비농업분야로 다각화하는 노력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 가운데 최근 주목되는 것이 이른바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이다. 이번 호는 바로 이 사회적 농업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기획됐다.
사회적 농업은 2000년대 이후 유럽연합에서 다기능 농업의 주요 활동의 하나로 주시되고 있다. 아직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농업 실천”으로 이해된다. 장애인, 고령자, 청년실업자, 미성년자, 이주민 등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 농업부문의 자원을 활용해 고용, 돌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이 유럽 각국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활동은 국내에서도 볼 수 있지만 아직 맹아단계이고 관련 연구도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농업이 갑자기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새 정부가 정책과제로 내놓으면서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농정공약에 사회적 농업이 키워드로 들어가고, 국정기획자문회의의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서 81번째 국정과제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 농산어촌 조성’의 세부 내용으로 확정되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당장 내년부터 ‘사회적 농업 시범사업’과 사회적 농업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소 서둘러 정책화가 추진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의 시범사업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 만하며, 이 참에 숙의를 거쳐 초기 방향을 잘 설정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이런 생각으로 지난 9월 28일 농정연구센터는 “사회적 농업의 의의와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열었고, 이날의 논의 내용을 이번 호 <좌담>으로 실었다. 농정연구센터 황수철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자리에는 올해 사회적 농업 연구를 진행하는 김정섭(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제자로, 강혜영(농림축산식품부), 성지은(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정민철(젊은협업농장), 최병찬(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이 패널로 참석했다. 긴 시간의 논의를 통해 사회적 농업의 개념, 정부의 정책 지원방식, 사회적 농업의 담당주체, 사회적 농업 정책에 대한 정부의 역할분담, 사회적 농업 현장의 실무를 담당하는 스탭 문제 그리고 2018년도 시범사업 시행 및 관련 법 제정에 따른 쟁점 등 지금 당장 꼭 짚어봐야 할 핵심 쟁점들을 두루 검토했다.
<사회적 농업의 이해>라는 특집 주제를 채울 원고는 국내외의 실천사례와 정책을 중심으로 꾸며봤다. 먼저 유럽과 일본의 사례와 정책을 두 편의 글로 정리했다.
이정해는 유럽의 사회적 농업 실천과 지원정책 동향을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한다. 사회적 협동조합이 주도하는 이탈리아, 가족 기반의 농장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케어팜)가 주를 이루는 네덜란드, 지역에 있는 돌봄 기관과 가족 기반의 민간 농장이 역할분담을 통해 협력하는 벨기에의 사례 등을 통해 한국의 사회적 농업에 주는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일본에서는 ‘농업과 복지의 연계(농복연계)’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농업에 접근한다. 농업・농촌의 사정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최근 연구성과물을 번역해 실었다. 농림수산성 농림수산정책연구소에서 2016년에 발간한 “농업과 복지의 연계 형성에 관한 연구-장애인의 농업분야 취업사례를 중심으로”라는 글에서 발췌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농복연계 사례를 복지분야에서 진출한 경우와 농업분야에서 진출한 경우로 나눠 분석하고, 각 유형별 차이를 고려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농업과 복지영역의 접점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매칭을 위해서는 중간조직과 같은 지원체제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직 많지 않은 국내의 실천사례 가운데 하나인 ‘행복농장’(충남 홍성군 장곡면)을 이끌어가는 안병은의 글을 이번 호의 <논단>으로 뽑았다. 단순한 사례 소개를 넘어 사회적 농업을 보는 기본 관점과 관련해 많은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사회적 농업이 정책사업으로 추진되기 이전에 농촌 공동체 안에 내재되어 있는 돌봄의 기능을 먼저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회복을 통해 사회적 농업은 물론 사회 통합의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데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현장>에서는 국내와 해외 사례 한 편 씩을 소개한다. 농정연구센터 연구원인 박윤지・유리나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의 여민동락공동체를 사회적 농업의 대표사례로 보고 그곳의 대표살림꾼인 권혁범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민동락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지센터, 모싯잎송편공장과 작목반 활동,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학교살리기운동 등은 사회적 농업의 다양한 실천유형을 포괄하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분절되지 않고 지역사회의 발전과 통합을 지향하는 드문 사례로서, 국내농촌지역에서 사회적 농업이 어떻게 발전해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좋은 참고자료라 하겠다.
정상택이 소개하는 독일의 사례는 필자가 지난 6월 직접 방문해서 작성한 생생한 현장 모습을 담고 있다. 세 개의 사례가 소개되는데, 먼저 전 세계에 100여 개 이상 공동체가 설립되어 운영되는 캠프힐 마을공동체는 생명역동농법을 기초로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고 일하는 사례다. 두 번째는 장애인의 직업적 생애주기를 고려해 맞춤식 직업훈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겐스 바그너에서 운영하는 압스베르크 농장 사례다. 마지막은 농장유치원 사례로, 치유승마장을 함께 운영하면서 종합적 교육을 제공한다. 이 글을 통해 독일의 사회적 농업 추진주체가 갖는 취약계층에 대한 인식과 프로그램 제공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독일 바이에른 주 농업청에서 사회적 농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농업경영체를 위해 발간한 지침서를 이번 호의 <자료>로 실었다. 독일 전문가인 지역아카데미 강동규 박사가 번역을 맡아줬다. 사회적 농업의 개념, SWOT분석을 통한 경영체의 합리적 의사결정, 사회적 농업 제공형태, 제공형태에 따른 진입 전제조건, 자금조달, 관련 법률 등에 관련해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가 담겨있다. 사회적 농업에 대한 논의와 정책지원 초기 단계인 우리 현실에서 실제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데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들을 제공한다.
사회적 농업은, 우리 농촌지역이 다기능 농업을 기반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단초를 제공할 소중한 실험이 될 수 있다. 이번 호의 내용으로 사회적 농업의 전모를 보여주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첫 단추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