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개혁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농민단체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학자들, 심지어 농정당국 모두 이구동성으로 농정개혁을 강조한다. 하지만 무엇이 농정개혁인지,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는 것이 농정개혁의 길인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저마다 처한 입장과 위치에 따라 생각과 주장이 크게 다르다. 농민단체가 주장하는 농정개혁의 길, 정부가 생각하는 개혁방향, 그리고 학자들의 주장이 결코 하나가 아니다. 개혁의 근거가 되는 농업・농촌의 현재에 대한 진단과 인식도 각양각색이다. 많은 이들이 농업・농촌・농민의 위기를 말하지만, 그 위기의 본질, 성격, 강도에 대한 인식은 다 다르다. 그러니 제시되는 해법이 같을 리 없다. 혼란스런 상태가 수습되지 못한 채 공허한 논의만 맴돌고 있다. 대선 후보시절 대통령의 약속인 ‘농정 틀의 근본 전환’이라는 언설(言說)을 놓고도 마찬가지 공방이 지속된다. 정부 측은 다소 늦어지지만 약속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농민단체・시민단체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과거 정부와 달라진바가 거의 없다며, 근본적 개혁 방안을 서둘러 내놓으라고 촉구하면서 농성도 불사한다. 도대체 농정개혁이란 무엇인가, 왜 개혁이 불가피한가, 무엇을 어떻게 바꿔가야 하는가? 농정 틀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가?
계간 농정연구 제 67호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로 기획됐다. 즉, <농정 틀의 근본 전환>을 특집 주제로 삼고, 세 편의 글을 실었다. 모두 지난 9월 6일 농정연구센터 창립 25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심포지엄 발제문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미리 밝혀두지만, 여기서는 구체적인 농정개혁 방안 전반을 다루지 않는다. 농정개혁이란 지난 수십 년 지속된 낡은 구조와 정책을 바꾸는 일인 바, 농정의 이념, 목표, 대상, 추진방식을 모두 바꾸는 매우 방대한 개혁로드맵을 필요로 할 터이다. 매우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개혁방안을 짧은 지면에서 다 논의할 수는 없다. 여기서는 한국농정의 새판을 짜는 데 가장 중요한 의제이면서도 그동안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창립 25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준비하면서 농정연구센터는 ‘농정 틀의 근본 전환’을 위한 핵심의제가 무엇인지를 놓고 열띤 내부 토론을 거듭해왔다. 그러면서 농업발전전략, 농정추진방식, 농업재정시스템, 이 세 영역의 발본적 개혁 없이는 농정 틀의 근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됐다. 농업발전전략을 다시 짜고, 농정추진방식을 재편하며, 농업재정시스템을 쇄신하는 것이 농정 틀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라는 것이 우리의 공통된 인식이다.
먼저, 황수철은 ‘농업발전전략을 다시 짜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농정개혁을 “21세기 한국 사회를 위한 농업・농촌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그를 구체화하기 위한 정책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한마디로 지금의 구조농정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 지속가능농정 체제를 구축하는 일로 인식한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농촌・농업・농민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총체적 난국으로 이해한다. 공식통계로 확인되는 거시적 구조변화와 미시적 소득분석을 통해 농업을 산업화하고자 하는 근대화노선의 농업발전전략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진단한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글로벌화와 결합된 구조농정의 한계와 모순이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위기국면을 초래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농정개혁에 대한 요구가 분출하며, 종래의 근대화・산업형 농업과는 다른 길을 찾는 새로운 실천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하지만 농정은 강한 경로의존성을 보이면서 과거의 이념과 틀을 벗어나지 못해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다. 필자는, 작금의 위기상황을 ‘농업・농민과 사회의 괴리 심화’로 요약하면서, ‘자연 및 사회를 위한 농업의 역할 재정립’과 그를 향한 ‘새로운 농업’ 발전전략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를 위한 농업・농민의 역할을 바로 세우는 일은 결국 어떤 농업을 지향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관점에서 내린 처방이다. 필자에 따르면, 현실 세계의 농업발전경로에는크게 두 가지 길, 즉 농민농업의 길과 경영자형 농업의 길이 있다. 종래의 농업발전전략이 경영자형 농업의 길이었다면, 필자가 말하는 새로운 대안적 농업발전전략은 농민농업의 길이다. 요컨대, 새로운 농업을 지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프레임으로 접근해야 비로소 미래의 새로운 길을 전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태호는 ‘농정추진방식을 재편하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현재의 농업・농촌 정책에서 큰 영향력을 갖는 농업경영체 지원정책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그 재편을 강조한다. 생산과 연계된 현재의 지원방식은 생산 비연계 방식으로 바꿔야 하고, 농업 ‘경영체’ 육성 일변도에서 농촌 ‘지역사회’ 발전 중심으로 정책 중점을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먼저, 농업예산 분석을 통해 이러한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분석한다. 다각도의 예산분석에서 특히 주목할 바는 소수 농가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문제점이다.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7%의 농가가 전체 면세유의 60%를 사용하고, 0.7%의 농가가 전체 전기의 47%를 사용하며, 7% 농가에게 쌀직불금의 48%가 집중돼 51%나 되는 농가가 고작 5%를 나눠 갖는다. 이러한 지원방식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필자는 두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첫째, 다양한 농업경영체 예산 지출을 직접지불제로 단순화하는 방안이다. 둘째, 예산에서 농업경영체를 지원하는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서서히 줄이고 농촌 지역사회 지원예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명헌은 ‘농업재정시스템을 쇄신하라’고 주장한다. 왜 농업재정의 쇄신이 필요한가? 필자에 따르면, 경로의존성에 따른 ‘발달 지체’ 때문이다. 즉, 과거 우리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던 개발연대에 등장해 당시로서는 어느 정도 합리적이던 농업재정구조가 지금처럼 정책환경이 크게 변한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필자는 현재 농업재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목표가 산업육성 중심이고, 수단이 정부가 지원대상을 선발하는 재량사업 중심이며, 정책의 설계와 집행이 중앙집권적이라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바람직한 변화 방향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정책목표의 중점을 산업 육성에서 공공재 공급으로 전환하자. 둘째, 정책수단을 공모형 선발에서 보편적 기준에 따른 대가 지불 방식으로 바꾸자. 셋째, 정책의 기획과 집행을 중앙집권에서 중앙-지방의 협력방식으로 바꾸자. 그리고 농업재정 변화의 핵심대상이 되는 직접지불제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있다. 첫째, 정책목표에 맞게 정책수단 체계를 고쳐 현재 모호하게 열거된 직불제를 농업기여지불제로 바꾼다. 둘째, 농업지불제는 기본적・전국적 지불과 추가적・지역적 지불로 구성해 지역특성을 반영한다. 셋째, 지불제의 재정규모는 농업소득의 안전판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상의 제언과 더불어 농업재정체계 쇄신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개선과제들도 제시하고 있다.
특집 말미에는 이번 심포지엄의 종합토론 내용을 실었다. 패널로 참석한 김정훈(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홍상(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정규(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장)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영역의 전문적 식견으로 농정개혁의 길을 조망하고 있다.
특집원고 이외에 두 편의 글을 실었다. 하나는 가장 중요한 당면 이슈라 할 수 있는 농업인력 양성에 관한 글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핫이슈로 대두한 GMO문제에 관한 글이다.
미래의 농업・농촌을 누가 이끌어갈 것인가. 새삼 강조할 필요 없을 정도로 주체 형성 이슈는 엄중하다. 구조농정 시대와는 다른 농업・농촌의 주체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장민기는 농업인력육성사업의 현재를 진단하면서 인력 양성의 정도(正道)를 찾는다. 농고・농대교육, 귀농・귀촌지원사업, 청년창업농육성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하고 두 가지 제언을 한다. 하나는 농업인력 육성의 상(像)부터 분명히 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세대가 농업・농촌에 정착할 수 체계를 ‘지역’ 중심으로 구축하자는 주장이다.
김아영은 ‘왜 GMO완전표시제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선 공약이기도 한 GMO표시제 강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며 조속한 완전표시제를 촉구한다. 필자에 따르면, 현행 GMO표시제는 목적에 충실하지 못한 불안전한 제도이고, 제도 운용을 법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며, 광범위한 표시 면제로 인해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표시제이자 비현실적인 기준으로 ‘표시할 수 없는’ 표시제로서 국민들의 불안을 증폭시킬 뿐이다. 필자는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 GMO완전표시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GM식품에 대한 표시는 원재료부터 이뤄져야 한다. 둘째, ‘표시’가 핵심이라면 표시 대상을 정부 승인식품에 한정하지 말고 모든 GM식품으로 확대하라. 셋째,Non-GMO표시를 현실화해 소비자의 불안감을 낮추고 소비자의 알권리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실효성 없는 비의도적 혼입치 기준은 조정해야 마땅하다.
오랜 공백기를 거쳐 8월 13일 문재인 정부 2기 농정의 수장이 임명되고, 신임 장관은 새로운 농정을 강조하면서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30일에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농정개혁TF에서 ‘문재인 정부의 농정개혁 방향과 실천 전략’을 내놓았다.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농정개혁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냉정히 볼 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넘어야 할 산이 높고 갈등의 골은 깊다. 농정개혁이 성장사회를 넘어 성숙사회로 전환하는 데 있어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디딤돌이라는 인식이 국민사이에 얼마나 널리 퍼져있는지 아직 분명치 않다. 기존 모델을 낡은 것으로 만들 새로운 모델 구축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얼마나 강고한지가 불확실하다. 뿌리 깊은 과거의 신념 체계를 바꿔가기 위한 논의는 한층 깊고 더욱 길게 지속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호가 그런 논의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발간일 : 2018년 10월 31일 분량 : 194쪽
[책머리에] 한국 농정, 새 판을 짜자 / 황수철(농정연구센터 소장)
농정개혁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농민단체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학자들, 심지어 농정당국 모두 이구동성으로 농정개혁을 강조한다. 하지만 무엇이 농정개혁인지,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는 것이 농정개혁의 길인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저마다 처한 입장과 위치에 따라 생각과 주장이 크게 다르다. 농민단체가 주장하는 농정개혁의 길, 정부가 생각하는 개혁방향, 그리고 학자들의 주장이 결코 하나가 아니다. 개혁의 근거가 되는 농업・농촌의 현재에 대한 진단과 인식도 각양각색이다. 많은 이들이 농업・농촌・농민의 위기를 말하지만, 그 위기의 본질, 성격, 강도에 대한 인식은 다 다르다. 그러니 제시되는 해법이 같을 리 없다. 혼란스런 상태가 수습되지 못한 채 공허한 논의만 맴돌고 있다. 대선 후보시절 대통령의 약속인 ‘농정 틀의 근본 전환’이라는 언설(言說)을 놓고도 마찬가지 공방이 지속된다. 정부 측은 다소 늦어지지만 약속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농민단체・시민단체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과거 정부와 달라진바가 거의 없다며, 근본적 개혁 방안을 서둘러 내놓으라고 촉구하면서 농성도 불사한다. 도대체 농정개혁이란 무엇인가, 왜 개혁이 불가피한가, 무엇을 어떻게 바꿔가야 하는가? 농정 틀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가?
계간 농정연구 제 67호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로 기획됐다. 즉, <농정 틀의 근본 전환>을 특집 주제로 삼고, 세 편의 글을 실었다. 모두 지난 9월 6일 농정연구센터 창립 25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심포지엄 발제문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미리 밝혀두지만, 여기서는 구체적인 농정개혁 방안 전반을 다루지 않는다. 농정개혁이란 지난 수십 년 지속된 낡은 구조와 정책을 바꾸는 일인 바, 농정의 이념, 목표, 대상, 추진방식을 모두 바꾸는 매우 방대한 개혁로드맵을 필요로 할 터이다. 매우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개혁방안을 짧은 지면에서 다 논의할 수는 없다. 여기서는 한국농정의 새판을 짜는 데 가장 중요한 의제이면서도 그동안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창립 25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준비하면서 농정연구센터는 ‘농정 틀의 근본 전환’을 위한 핵심의제가 무엇인지를 놓고 열띤 내부 토론을 거듭해왔다. 그러면서 농업발전전략, 농정추진방식, 농업재정시스템, 이 세 영역의 발본적 개혁 없이는 농정 틀의 근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됐다. 농업발전전략을 다시 짜고, 농정추진방식을 재편하며, 농업재정시스템을 쇄신하는 것이 농정 틀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라는 것이 우리의 공통된 인식이다.
먼저, 황수철은 ‘농업발전전략을 다시 짜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농정개혁을 “21세기 한국 사회를 위한 농업・농촌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그를 구체화하기 위한 정책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한마디로 지금의 구조농정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 지속가능농정 체제를 구축하는 일로 인식한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농촌・농업・농민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총체적 난국으로 이해한다. 공식통계로 확인되는 거시적 구조변화와 미시적 소득분석을 통해 농업을 산업화하고자 하는 근대화노선의 농업발전전략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진단한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글로벌화와 결합된 구조농정의 한계와 모순이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위기국면을 초래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농정개혁에 대한 요구가 분출하며, 종래의 근대화・산업형 농업과는 다른 길을 찾는 새로운 실천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하지만 농정은 강한 경로의존성을 보이면서 과거의 이념과 틀을 벗어나지 못해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다. 필자는, 작금의 위기상황을 ‘농업・농민과 사회의 괴리 심화’로 요약하면서, ‘자연 및 사회를 위한 농업의 역할 재정립’과 그를 향한 ‘새로운 농업’ 발전전략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를 위한 농업・농민의 역할을 바로 세우는 일은 결국 어떤 농업을 지향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관점에서 내린 처방이다. 필자에 따르면, 현실 세계의 농업발전경로에는크게 두 가지 길, 즉 농민농업의 길과 경영자형 농업의 길이 있다. 종래의 농업발전전략이 경영자형 농업의 길이었다면, 필자가 말하는 새로운 대안적 농업발전전략은 농민농업의 길이다. 요컨대, 새로운 농업을 지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프레임으로 접근해야 비로소 미래의 새로운 길을 전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태호는 ‘농정추진방식을 재편하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현재의 농업・농촌 정책에서 큰 영향력을 갖는 농업경영체 지원정책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그 재편을 강조한다. 생산과 연계된 현재의 지원방식은 생산 비연계 방식으로 바꿔야 하고, 농업 ‘경영체’ 육성 일변도에서 농촌 ‘지역사회’ 발전 중심으로 정책 중점을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먼저, 농업예산 분석을 통해 이러한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분석한다. 다각도의 예산분석에서 특히 주목할 바는 소수 농가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문제점이다.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7%의 농가가 전체 면세유의 60%를 사용하고, 0.7%의 농가가 전체 전기의 47%를 사용하며, 7% 농가에게 쌀직불금의 48%가 집중돼 51%나 되는 농가가 고작 5%를 나눠 갖는다. 이러한 지원방식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필자는 두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첫째, 다양한 농업경영체 예산 지출을 직접지불제로 단순화하는 방안이다. 둘째, 예산에서 농업경영체를 지원하는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서서히 줄이고 농촌 지역사회 지원예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명헌은 ‘농업재정시스템을 쇄신하라’고 주장한다. 왜 농업재정의 쇄신이 필요한가? 필자에 따르면, 경로의존성에 따른 ‘발달 지체’ 때문이다. 즉, 과거 우리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던 개발연대에 등장해 당시로서는 어느 정도 합리적이던 농업재정구조가 지금처럼 정책환경이 크게 변한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필자는 현재 농업재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목표가 산업육성 중심이고, 수단이 정부가 지원대상을 선발하는 재량사업 중심이며, 정책의 설계와 집행이 중앙집권적이라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바람직한 변화 방향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정책목표의 중점을 산업 육성에서 공공재 공급으로 전환하자. 둘째, 정책수단을 공모형 선발에서 보편적 기준에 따른 대가 지불 방식으로 바꾸자. 셋째, 정책의 기획과 집행을 중앙집권에서 중앙-지방의 협력방식으로 바꾸자. 그리고 농업재정 변화의 핵심대상이 되는 직접지불제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있다. 첫째, 정책목표에 맞게 정책수단 체계를 고쳐 현재 모호하게 열거된 직불제를 농업기여지불제로 바꾼다. 둘째, 농업지불제는 기본적・전국적 지불과 추가적・지역적 지불로 구성해 지역특성을 반영한다. 셋째, 지불제의 재정규모는 농업소득의 안전판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상의 제언과 더불어 농업재정체계 쇄신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개선과제들도 제시하고 있다.
특집 말미에는 이번 심포지엄의 종합토론 내용을 실었다. 패널로 참석한 김정훈(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홍상(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정규(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장)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영역의 전문적 식견으로 농정개혁의 길을 조망하고 있다.
특집원고 이외에 두 편의 글을 실었다. 하나는 가장 중요한 당면 이슈라 할 수 있는 농업인력 양성에 관한 글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핫이슈로 대두한 GMO문제에 관한 글이다.
미래의 농업・농촌을 누가 이끌어갈 것인가. 새삼 강조할 필요 없을 정도로 주체 형성 이슈는 엄중하다. 구조농정 시대와는 다른 농업・농촌의 주체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장민기는 농업인력육성사업의 현재를 진단하면서 인력 양성의 정도(正道)를 찾는다. 농고・농대교육, 귀농・귀촌지원사업, 청년창업농육성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하고 두 가지 제언을 한다. 하나는 농업인력 육성의 상(像)부터 분명히 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세대가 농업・농촌에 정착할 수 체계를 ‘지역’ 중심으로 구축하자는 주장이다.
김아영은 ‘왜 GMO완전표시제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선 공약이기도 한 GMO표시제 강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며 조속한 완전표시제를 촉구한다. 필자에 따르면, 현행 GMO표시제는 목적에 충실하지 못한 불안전한 제도이고, 제도 운용을 법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며, 광범위한 표시 면제로 인해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표시제이자 비현실적인 기준으로 ‘표시할 수 없는’ 표시제로서 국민들의 불안을 증폭시킬 뿐이다. 필자는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 GMO완전표시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GM식품에 대한 표시는 원재료부터 이뤄져야 한다. 둘째, ‘표시’가 핵심이라면 표시 대상을 정부 승인식품에 한정하지 말고 모든 GM식품으로 확대하라. 셋째,Non-GMO표시를 현실화해 소비자의 불안감을 낮추고 소비자의 알권리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실효성 없는 비의도적 혼입치 기준은 조정해야 마땅하다.
오랜 공백기를 거쳐 8월 13일 문재인 정부 2기 농정의 수장이 임명되고, 신임 장관은 새로운 농정을 강조하면서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30일에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농정개혁TF에서 ‘문재인 정부의 농정개혁 방향과 실천 전략’을 내놓았다.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농정개혁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냉정히 볼 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넘어야 할 산이 높고 갈등의 골은 깊다. 농정개혁이 성장사회를 넘어 성숙사회로 전환하는 데 있어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디딤돌이라는 인식이 국민사이에 얼마나 널리 퍼져있는지 아직 분명치 않다. 기존 모델을 낡은 것으로 만들 새로운 모델 구축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얼마나 강고한지가 불확실하다. 뿌리 깊은 과거의 신념 체계를 바꿔가기 위한 논의는 한층 깊고 더욱 길게 지속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호가 그런 논의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