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가 시작됐다. 2020년은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해이기에 새해를 맞는 감상이 조금 더 특별하다.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며 지나온 길과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고 성찰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돌이켜보면, 2010년대는 ‘지속가능 농정’을 향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시기였다. 우리 농정연구센터도 그러한 논의의 한복판에서 나름대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애써왔다. 우리는 2010년에 <2020 농어업・농어촌 비전과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여기서 2020년을 내다보는 농정의 비전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이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후 그 비전을 실현할 구체적 실천전략을 모색하고 제안하는 활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10년이 지난 2019년, 우리 사회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속가능 농정’을 향한 과감한 대전환을 천명하고(2019년 12월 12일, 농정 틀 전환 보고대회), 구체적인 후속 조치 마련에 나섰다. 이렇게 보면 2020년은 농정 대전환의 원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출발선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 2010년대가 거대한 전환을 준비하는 시대였다면, 2020년대는 그 거대한 전환을 향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야하는 시대가 된다.
과감한 전환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특히, 과거의 관습・관행에 집착하는 이념, 심리, 문화의 족쇄를 풀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함께 논의하고 함께 풀어야 할 난제도 아주 많이 쌓여있다. 다가올 10년은 지난 10년 이상으로 더 혼란스럽고 더 불확실할지도 모른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2020년대를 어떤 자세로 맞이해야 할까?
농정연구센터는 2020년대를 맞이하며 앞으로 10년의 키워드를 생각해보기 위해 지난 1월 15일 신년 특별 세미나를 가졌다. 그동안의 농정을 되짚어보고 미래의 방향을 다져보기 위해서다. 미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의제(어젠다)가 무엇일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과 선택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마련한 자리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계간 농정연구 제72호의 <특집>을 꾸며보았다.
미래의 새로운 의제 논의에 앞서 지난 시대 농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태호는 ‘농업・농촌 정책의 회고와 전망’에서 농지개혁 이후 농정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시장개방이 본격화하는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정부 농정의 특징과 재정지출의 변천을 살펴보고, 정책 개혁의 방향성을 검토한다. 이를 통해 필자는, 농업・농촌이 직면한 여건・상황의 역사적 변화에 비춰볼 때, 농업생산 중심의 정부지원정책은 종언을 고하지 않을 수 없으며, 농업・농촌 정책에 공익형 직불제 도입은 매우 중요한 시대적 선택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농정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공유하면서, 2020년대 새로운 10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뤄야 할 농정 의제 몇 가지를 집중 검토했다. 여러 의제가 거론될 수 있겠지만, 우리는 환경보전농업, 에너지 전환, 미래주체 형성, 농업의 스마트화, 지역 푸드플랜, 새로운 농촌정책의 틀, 농민기본소득에 주목했다. 각 의제별로 현재 우리 사회의 논의 동향을 짚어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연구・검토해야 할지, 장차의 논의 활성화에 필요한 사항들은 무엇인지 점검해보고자 했다. 일곱 가지 의제별 논지를 간단히 정리해보자.
먼저, 김태연은 환경보전농업에 대한 재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은 농업생산의 환경보전 활동 강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환경보전활동 장려금 제도의 도입, 농업환경정책 전담 국의 신설, 농민의 영농기록 의무화, R&D체계 개편, 농업환경 교육 강화 및 농업환경 관리 인력 양성 등의 향후 개혁과제와 더불어 농업환경지표 구축 연구 등 중점 연구과제 일곱 가지를 제시한다.
김종안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앞으로 가장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의제로 꼽는다. 기후환경 변화 대응은 이미 최대의 글로벌 이슈가 됐지만, 우리 사회 특히 농업계의 인식은 매우 낮다고 꼬집으면서, 미국이나 EU처럼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가령 ‘한국형 그린 뉴딜’ 추진에 공세적으로 뛰어들자고 주장한다. 아울러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흐름을 지역 활성화와 농가소득 창출 기회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접근이 시급한 때라고도 강조한다. 작금 논란의 중심에 있는 농가의 태양광사업에 대해서도,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키면서 거부하는 자세보다는 전향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장민기는, 농정 틀의 전환을 실현해가기 위해서는 미래 농업・농촌의 주역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매우 중요한데도, 그동안 농업・농촌의 미래주체 형성에 대한 논의는 매우 부족했으며, 그나마도 지나치게 일률적이고 단편적・단기적 접근에 그쳤다고 지적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선, 미래 한국 농업을 이끌어갈 농업경영체의 상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미래의 주역이 될 ‘청년농’의 다양성에 주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입장이다. 또한, 농업 생산을 넘어 생산 전・후방의 다양한 서비스 영역까지 염두에 둔 주체의 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농촌공동체의 활동이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틀 속에서 조직적 실체를 갖춰가는 점을 고려해, 개별주체만이 아니라 공동체조직의 지속성 관점에서 주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0년 새, 주요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가장 핫한 이슈로 부상한 의제의 하나가 스마트농업 혹은 농업의 스마트화다. 작년 12월의 ‘농정 틀 전환 보고대회’에서도 스마트농업은 5대 농정과제의 하나로 제시됐다. 범정부 차원의 ‘스마트팜 다부처 혁신기술개발사업’도 2021년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농업에 첨단기술을 접목하는 스마트농업은 지속가능성 위기에 직면한 현대 세계 농업의 불가피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에서 비껴갈 수는 없다. 지금은 일부 시설농업과 특정작목에 한정된 스마트농업이 농업 전반으로 퍼지고 올바로 뿌리내리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명기는 스마트팜 확산 정책을 중심으로 농업의 스마트화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더불어 국가와 지역의 먹거리종합전략(일명 푸드플랜)이 새로운 농정의제로 부상했다. 특히, 현대 푸드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먹거리 체계 전환과 지역 푸드플랜의 정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푸드플랜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도하여 추진하고 있는데, 2018년부터 시작해 광역자치단체 9개, 기초자치단체 37개에서 푸드플랜을 수립하거나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사업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문제점도 불거지고 있다. 지역 푸드플랜의 실행에서 꼭 필요한 거버넌스와 추진체계, 먹거리의 공공성과 공동체성의 인식, 식생활의 지속가능성, 먹거리 순환체계 구축 등의 측면에서 여러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황영모는 지역 푸드플랜의 실행과정에서 나타난 쟁점을 짚어보면서, 시급히 보완돼야 할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지속가능 농정의 구축을 위해 앞으로 특히 집중해서 논의해야 할 의제는 농촌정책의 새로운 틀이다. 직접지불제 개편 중심의 농업정책 개혁을 넘어 농촌정책의 위상도 재정립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지속가능 농정의 기본 틀이 완성될 수 있다. 구자인은 ‘칸막이를 넘어 읍면 기반의 연대와 협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농촌정책을 바로 세우자고 주장한다. 여전히 생산주의 농정의 테두리에 갇힌 농촌정책으로는 농촌의 회생, 그리고 근대화 과정에서 파괴된 3농(농업-농촌-농민)의 관계성 회복이 불가능한 바, 과감하고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우선 지방자치단체 농정추진체계를 민관협치형으로 바로 세우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면서, 10대 개혁과제와 함께 앞으로 10년 동안 집중해야 할 과제를 제안한다.
생계수준이나 소득수준을 일절 묻지 않고, 또 직업이 있는지 여부도 따지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 일정 소득을 정기적으로 국가가 주는 제도를 기본소득 제도라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인간다운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초생활비를 보장하자는 주장이다. 말 그대로의 유토피아(현실에는 없는 이상향)가 아니라 비록 부분적이지만 지금 세계 곳곳에서 실제 시행되는 제도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개념을 적용한 청년배당, 농민수당 등이 실험되고 있다. 농사를 살리기 위해서 농민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는 소수의 주장을 넘어 이제 지방정부의 정책으로 등장했고, 전국적인 농정 이슈로까지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농민수당으로도 불리는 농민기본소득은 아직 정책이나 연구 영역의 주된 이슈로 다뤄지지 않지만 조만간 논의 수면으로 급부상할 폭발력 있는 의제임에 틀림없다. 박경철은 농민기본소득에 관해 그 필요성, 쟁점, 그리고 향후 확산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보고 있다.
이상, 앞으로 농정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거나 관심이 집중될 의제들을 간략하게 짚어보았다. 이 지면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함께 논의할 의제들로서 우리 농정연구센터에서도 공론의 장을 적극 만들어갈 생각이므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이번 호의 <논단>에는 세 편의 글을 실었다. 먼저, 김정섭・강마야의 ‘지방농정 거버넌스의 과제: 국고보조 사업을 중심으로’는 농정 지방분권화의 핵심 요소의 하나인 국고보조 농정사업 추진체계 개편 문제를 다룬다. 이 문제를 다룸에 있어 필자들은 농촌 현장에서 일어나는 농정 사업 기획 과정, 지역의 농업・농촌 발전 계획, 지방농정 거버넌스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여건과 활동에 주목한다. 농촌 시・군 수준에서 추진되는 국고보조 농정 사업의 계획 과정을 사례로써 분석하고, 국고보조 농정 사업을 지방분권적인 방식으로 추진하려면 전제돼야 할 조건들을 해명하고자 한다.
나머지 논단 두 편은 미국과 일본의 최근 농정 동향을 다룬다. 임정빈의 ‘2018년 미 농업법의 주요 정책 내용과 특징’은 2018년 12월 20일 발효되어 2019~2023년의 5년 동안 미국 농정을 규정하는 ‘2018년 농업개선법’에 대해 주요 항목별 재정지출 변화 추세, 농가 경영 및 소득 지원 정책 등의 주요 변화 내용을 2014년 농업법과 비교하여 분석하고 우리 농정에 주는 시사점을 찾고 있다. 필자에 따르면, 2018년 미국 농업법의 가장 큰 특징은 농가의 소득 및 경영 안전망 장치가 한층 강화됐다는 점이다. 최근의 국내외 여건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인데, 우리 역시 시장개방 확대, 소득 및 경영 불확실성의 증폭 상황을 감안하면 좀 더 강화된 농업위험관리전략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 농업법의 또 다른 특징은 환경보전 지원 확충 및 관련 조직체제의 정비인데, 이러한 변화는 공익형 직불 중심의 농정 전환을 추구하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본다. 이밖에도 미국의 식품 및 영양지원 정책, 농가위험관리 전략 차원의 작물보험 정책 등에서도 미국 농업법에서 참조할 점이 많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종인의 ‘일본 아베농정의 평가’는 2013년부터 여러 분야에 걸쳐 단행된 일본의 농정개혁의 주요 내용을 검토하고, 그 성과와 한계를 짚고 있다. 필자는 아베 농정 개혁을 기업의 자본 및 노하우 활용 촉진, 논농업 구조개혁과 신수요 대응, 농협개혁, 공익형 직불 확대의 네 측면으로 정리하고, 특별히 농업분야 경영안정정책의 변화를 수입보장보험의 도입과 관련하여 소개한다. 이와 함께 기업의 농업 진출 확대, 경영안정대책의 변화, 공익형 직불의 도입에 따라 어떤 문제가 야기되고 어떤 과제를 안게 됐는지 간략하게 촌평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20년은 우리 농정의 큰 변화를 향해 본격적인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한 해다. 이제 ‘지속가능 농정’의 실현은 2020년대에 우리가 함께 일궈내야 할 중차대한 시대적 과제다. 혼돈과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이번 호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발간일 : 2020년 1월 31일 분량 : 238쪽
[책머리에] 더 멀리 10년 이상을 보고 미래를 열어가자 / 황수철(농정연구센터 이사장)
2020년대가 시작됐다. 2020년은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해이기에 새해를 맞는 감상이 조금 더 특별하다.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며 지나온 길과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고 성찰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돌이켜보면, 2010년대는 ‘지속가능 농정’을 향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시기였다. 우리 농정연구센터도 그러한 논의의 한복판에서 나름대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애써왔다. 우리는 2010년에 <2020 농어업・농어촌 비전과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여기서 2020년을 내다보는 농정의 비전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이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후 그 비전을 실현할 구체적 실천전략을 모색하고 제안하는 활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10년이 지난 2019년, 우리 사회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속가능 농정’을 향한 과감한 대전환을 천명하고(2019년 12월 12일, 농정 틀 전환 보고대회), 구체적인 후속 조치 마련에 나섰다. 이렇게 보면 2020년은 농정 대전환의 원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출발선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 2010년대가 거대한 전환을 준비하는 시대였다면, 2020년대는 그 거대한 전환을 향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야하는 시대가 된다.
과감한 전환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특히, 과거의 관습・관행에 집착하는 이념, 심리, 문화의 족쇄를 풀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함께 논의하고 함께 풀어야 할 난제도 아주 많이 쌓여있다. 다가올 10년은 지난 10년 이상으로 더 혼란스럽고 더 불확실할지도 모른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2020년대를 어떤 자세로 맞이해야 할까?
농정연구센터는 2020년대를 맞이하며 앞으로 10년의 키워드를 생각해보기 위해 지난 1월 15일 신년 특별 세미나를 가졌다. 그동안의 농정을 되짚어보고 미래의 방향을 다져보기 위해서다. 미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의제(어젠다)가 무엇일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과 선택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마련한 자리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계간 농정연구 제72호의 <특집>을 꾸며보았다.
미래의 새로운 의제 논의에 앞서 지난 시대 농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태호는 ‘농업・농촌 정책의 회고와 전망’에서 농지개혁 이후 농정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시장개방이 본격화하는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정부 농정의 특징과 재정지출의 변천을 살펴보고, 정책 개혁의 방향성을 검토한다. 이를 통해 필자는, 농업・농촌이 직면한 여건・상황의 역사적 변화에 비춰볼 때, 농업생산 중심의 정부지원정책은 종언을 고하지 않을 수 없으며, 농업・농촌 정책에 공익형 직불제 도입은 매우 중요한 시대적 선택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농정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공유하면서, 2020년대 새로운 10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뤄야 할 농정 의제 몇 가지를 집중 검토했다. 여러 의제가 거론될 수 있겠지만, 우리는 환경보전농업, 에너지 전환, 미래주체 형성, 농업의 스마트화, 지역 푸드플랜, 새로운 농촌정책의 틀, 농민기본소득에 주목했다. 각 의제별로 현재 우리 사회의 논의 동향을 짚어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연구・검토해야 할지, 장차의 논의 활성화에 필요한 사항들은 무엇인지 점검해보고자 했다. 일곱 가지 의제별 논지를 간단히 정리해보자.
먼저, 김태연은 환경보전농업에 대한 재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은 농업생산의 환경보전 활동 강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환경보전활동 장려금 제도의 도입, 농업환경정책 전담 국의 신설, 농민의 영농기록 의무화, R&D체계 개편, 농업환경 교육 강화 및 농업환경 관리 인력 양성 등의 향후 개혁과제와 더불어 농업환경지표 구축 연구 등 중점 연구과제 일곱 가지를 제시한다.
김종안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앞으로 가장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의제로 꼽는다. 기후환경 변화 대응은 이미 최대의 글로벌 이슈가 됐지만, 우리 사회 특히 농업계의 인식은 매우 낮다고 꼬집으면서, 미국이나 EU처럼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가령 ‘한국형 그린 뉴딜’ 추진에 공세적으로 뛰어들자고 주장한다. 아울러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흐름을 지역 활성화와 농가소득 창출 기회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접근이 시급한 때라고도 강조한다. 작금 논란의 중심에 있는 농가의 태양광사업에 대해서도,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키면서 거부하는 자세보다는 전향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장민기는, 농정 틀의 전환을 실현해가기 위해서는 미래 농업・농촌의 주역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매우 중요한데도, 그동안 농업・농촌의 미래주체 형성에 대한 논의는 매우 부족했으며, 그나마도 지나치게 일률적이고 단편적・단기적 접근에 그쳤다고 지적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선, 미래 한국 농업을 이끌어갈 농업경영체의 상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미래의 주역이 될 ‘청년농’의 다양성에 주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입장이다. 또한, 농업 생산을 넘어 생산 전・후방의 다양한 서비스 영역까지 염두에 둔 주체의 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농촌공동체의 활동이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틀 속에서 조직적 실체를 갖춰가는 점을 고려해, 개별주체만이 아니라 공동체조직의 지속성 관점에서 주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0년 새, 주요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가장 핫한 이슈로 부상한 의제의 하나가 스마트농업 혹은 농업의 스마트화다. 작년 12월의 ‘농정 틀 전환 보고대회’에서도 스마트농업은 5대 농정과제의 하나로 제시됐다. 범정부 차원의 ‘스마트팜 다부처 혁신기술개발사업’도 2021년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농업에 첨단기술을 접목하는 스마트농업은 지속가능성 위기에 직면한 현대 세계 농업의 불가피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에서 비껴갈 수는 없다. 지금은 일부 시설농업과 특정작목에 한정된 스마트농업이 농업 전반으로 퍼지고 올바로 뿌리내리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명기는 스마트팜 확산 정책을 중심으로 농업의 스마트화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더불어 국가와 지역의 먹거리종합전략(일명 푸드플랜)이 새로운 농정의제로 부상했다. 특히, 현대 푸드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먹거리 체계 전환과 지역 푸드플랜의 정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푸드플랜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도하여 추진하고 있는데, 2018년부터 시작해 광역자치단체 9개, 기초자치단체 37개에서 푸드플랜을 수립하거나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사업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문제점도 불거지고 있다. 지역 푸드플랜의 실행에서 꼭 필요한 거버넌스와 추진체계, 먹거리의 공공성과 공동체성의 인식, 식생활의 지속가능성, 먹거리 순환체계 구축 등의 측면에서 여러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황영모는 지역 푸드플랜의 실행과정에서 나타난 쟁점을 짚어보면서, 시급히 보완돼야 할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지속가능 농정의 구축을 위해 앞으로 특히 집중해서 논의해야 할 의제는 농촌정책의 새로운 틀이다. 직접지불제 개편 중심의 농업정책 개혁을 넘어 농촌정책의 위상도 재정립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지속가능 농정의 기본 틀이 완성될 수 있다. 구자인은 ‘칸막이를 넘어 읍면 기반의 연대와 협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농촌정책을 바로 세우자고 주장한다. 여전히 생산주의 농정의 테두리에 갇힌 농촌정책으로는 농촌의 회생, 그리고 근대화 과정에서 파괴된 3농(농업-농촌-농민)의 관계성 회복이 불가능한 바, 과감하고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우선 지방자치단체 농정추진체계를 민관협치형으로 바로 세우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면서, 10대 개혁과제와 함께 앞으로 10년 동안 집중해야 할 과제를 제안한다.
생계수준이나 소득수준을 일절 묻지 않고, 또 직업이 있는지 여부도 따지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 일정 소득을 정기적으로 국가가 주는 제도를 기본소득 제도라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인간다운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초생활비를 보장하자는 주장이다. 말 그대로의 유토피아(현실에는 없는 이상향)가 아니라 비록 부분적이지만 지금 세계 곳곳에서 실제 시행되는 제도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개념을 적용한 청년배당, 농민수당 등이 실험되고 있다. 농사를 살리기 위해서 농민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는 소수의 주장을 넘어 이제 지방정부의 정책으로 등장했고, 전국적인 농정 이슈로까지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농민수당으로도 불리는 농민기본소득은 아직 정책이나 연구 영역의 주된 이슈로 다뤄지지 않지만 조만간 논의 수면으로 급부상할 폭발력 있는 의제임에 틀림없다. 박경철은 농민기본소득에 관해 그 필요성, 쟁점, 그리고 향후 확산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보고 있다.
이상, 앞으로 농정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거나 관심이 집중될 의제들을 간략하게 짚어보았다. 이 지면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함께 논의할 의제들로서 우리 농정연구센터에서도 공론의 장을 적극 만들어갈 생각이므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이번 호의 <논단>에는 세 편의 글을 실었다. 먼저, 김정섭・강마야의 ‘지방농정 거버넌스의 과제: 국고보조 사업을 중심으로’는 농정 지방분권화의 핵심 요소의 하나인 국고보조 농정사업 추진체계 개편 문제를 다룬다. 이 문제를 다룸에 있어 필자들은 농촌 현장에서 일어나는 농정 사업 기획 과정, 지역의 농업・농촌 발전 계획, 지방농정 거버넌스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여건과 활동에 주목한다. 농촌 시・군 수준에서 추진되는 국고보조 농정 사업의 계획 과정을 사례로써 분석하고, 국고보조 농정 사업을 지방분권적인 방식으로 추진하려면 전제돼야 할 조건들을 해명하고자 한다.
나머지 논단 두 편은 미국과 일본의 최근 농정 동향을 다룬다. 임정빈의 ‘2018년 미 농업법의 주요 정책 내용과 특징’은 2018년 12월 20일 발효되어 2019~2023년의 5년 동안 미국 농정을 규정하는 ‘2018년 농업개선법’에 대해 주요 항목별 재정지출 변화 추세, 농가 경영 및 소득 지원 정책 등의 주요 변화 내용을 2014년 농업법과 비교하여 분석하고 우리 농정에 주는 시사점을 찾고 있다. 필자에 따르면, 2018년 미국 농업법의 가장 큰 특징은 농가의 소득 및 경영 안전망 장치가 한층 강화됐다는 점이다. 최근의 국내외 여건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인데, 우리 역시 시장개방 확대, 소득 및 경영 불확실성의 증폭 상황을 감안하면 좀 더 강화된 농업위험관리전략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 농업법의 또 다른 특징은 환경보전 지원 확충 및 관련 조직체제의 정비인데, 이러한 변화는 공익형 직불 중심의 농정 전환을 추구하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본다. 이밖에도 미국의 식품 및 영양지원 정책, 농가위험관리 전략 차원의 작물보험 정책 등에서도 미국 농업법에서 참조할 점이 많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종인의 ‘일본 아베농정의 평가’는 2013년부터 여러 분야에 걸쳐 단행된 일본의 농정개혁의 주요 내용을 검토하고, 그 성과와 한계를 짚고 있다. 필자는 아베 농정 개혁을 기업의 자본 및 노하우 활용 촉진, 논농업 구조개혁과 신수요 대응, 농협개혁, 공익형 직불 확대의 네 측면으로 정리하고, 특별히 농업분야 경영안정정책의 변화를 수입보장보험의 도입과 관련하여 소개한다. 이와 함께 기업의 농업 진출 확대, 경영안정대책의 변화, 공익형 직불의 도입에 따라 어떤 문제가 야기되고 어떤 과제를 안게 됐는지 간략하게 촌평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20년은 우리 농정의 큰 변화를 향해 본격적인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한 해다. 이제 ‘지속가능 농정’의 실현은 2020년대에 우리가 함께 일궈내야 할 중차대한 시대적 과제다. 혼돈과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이번 호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