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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농정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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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호]식량문제, 미래를 위한 전략과제

202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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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일 : 2022년 7월 31일   분량 : 193쪽

[책머리에] 배고픔의 돌 / 이명헌 (계간 농정연구 편집위원장,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끝날 것 같지 않은 폭염에 모든 사람들이 지쳐있던 8월 하순, 외신들은 독일과 체코 사이를 흐르는 엘베강에 ‘배고픔의 돌(hunger stone)’이 모습을 드러내었다고 보도했다. 극심한 가뭄을 겪은 조상들이 수위가 아주 낮아졌을 때만 볼 수 있는 강둑의 바윗돌에다가 후손에게 주는 경고를 새겨 넣은 것이라고 한다. 돌에 새겨진 글귀가 섬뜩하다. “네가 나를 보게 된다면, 울지어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기후위기가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진행 중임을 보고 있다. 이번 여름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가 엄청난 폭염에 시달렸다. 서울에는 강남 최고 번화가가 순식간에 물에 잠길만큼 폭우가 내렸는가 하면, 유럽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가뭄에 시달렸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미증유의 기후 위기 앞에서 한 마음을 모아도 부족할 인류가 갈라져 벌이는 전쟁을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6개월만에 양측에 10만 명이 넘는 전사자를 내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핵발전소에 대한 포격까지 있다니 그 광기의 끝을 알 수 없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자유무역질서가 국제정치적 갈등 앞에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 있다. 영문 약자도 다 외우기 힘든 여러 이름 아래 이런 무리 짓기 저런 패거리 짓기가 나타나고 언제 무슨 이유로 무역과 투자의 흐름이 제한될지 알기 힘든 시대가 되고 있다.

가뭄을 경고하는 돌의 이름이 ‘배고픔의 돌’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기후가 급변하여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을 장담할 수 없고, 지구 반대편에서의 전쟁이 우리 밥상 물가를 끌어올린다. 달러만 있으면 언제든 부족한 농산물을 해외에서 사올 수 있다고 더 이상 확신할 수 없는 시대. 일인당 국민소득 3만 5천불 시대에 배고픔의 공포가 지평선에 피어오른다.

이번 호는 주로 식료 위기 상황과 그 대응방안을 생각하는 대화와 글들을 모아 보았다. <특집좌담> ‘우리나라의 식량 수급 여건변화 및 대응방향’에서는 최근 식량 사정이 불안정해지는 배경과 중장기적 정망, 우리나라의 식량위기 대응체계 현황, 그리고 식량자급률 제고의 가능성과 방안을 다루었다. 김종인은 최근 국제곡물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제한 및 물류 장애, 주요 수출국의 기상 악화 및 중국의 수입 수요 확대, 달러 유동성 증가등을 짚었다. 또한, 우리나라가 2007~2008년 애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국내 생산기반 개선, 해외농업개발사업, 국제곡물조달시스템구축사업 등을 추진했지만 그 성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우리의 식량수급이 쌀은 소비 감소 등으로 공급과잉 상태인 반면 기타 곡물의 자급률은 낮은 양극화 상황임을 지적하면서, 논에서 타작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대체작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정책 지원이 병행되어야 하고 특히 중장기적인 지원 방침을 명확히 하여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어진 토론에는 남재작, 정연근, 나수민, 장민기, 김종안이 참여하였다. 토론자들은 세계적 곡물가격의 원인으로 세계인구 증가와 농업생산성 정체라는 구조적 조건에 최근에 나타난 팬데믹 상황과 기후변화가 더해지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하역시설, 운송선박 등 물리적 대응능력을 높이는 일과, 식량외교와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이 있었다. 식료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토지제약하에서 근본적으로 쉽지 않지만, 경영규모 대형화와 생산기반 개선을 통해서 내외 가격차이를 축소한다면 밀의 자급률 높이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되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식량문제에서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고, 식량의 부가가치 사슬을 정확히 파악하여 식품기업 및 사료회사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위기국면에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집좌담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식량안보 또는 식료안보를 위해서는 농산물의 부가가치 사슬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집>으로 싣는 이동현의 쌀에 대한 글과 장민기의 콩에 관한 글의 바탕에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동현은 통계청,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공개된 자료를 이용하여 쌀 생산업 뿐 아니라 쌀 후방 산업과 전방 산업을 포괄하는‘한눈에 보는 쌀 산업’이라는 자료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였다. 2018년 기준 약 390만 톤, 8.4조원 어치의 쌀이 생산되었고, 이를 위해 투입재에 대해서 3.6조원의 비용이 지불되었음을 보였다. 소비측면에서는, 흔히 인용되는 통계청의 1인당 쌀 소비량(2019년 기준 59.2kg)에는 약 15kg에 달하는 가공식품이 제외되어 있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후방산업에서는 외식 부문의 쌀 최종산물 가치는 약 20조원, 가공 식품의 쌀 최종산물 가치는 약 5조에 달하여 가정식으로 소비되는 2.6조에 비해서 훨씬 큼을 보여주었다. 장민기는 이와 비슷한 틀로 콩의 식료사슬을 설명하고 있다. 콩은 2020년 기준 약 8만 톤이 국내 생산, 132만 톤이 수입되었다. 전후방 가치사슬을 살펴보면 2019년 국내 생산을 위해서 470억원 어치 투입이 있었고, 콩산출의 공급가액은 약 1.4조원이었고, 그 중 0.7조원을 조금 넘는 것이 국산이었다. 금액 기준 수요 구조를 보면 음식료 투입재가 53%, 농림수산품 투입재 4%, 외식투입재 6%, 최종수요가 36%였다. 장민기는 더 나아가 중국의 콩 수입이 급성장하면서 국제적 수급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국내산 콩의 식품소재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채유용 콩의 수입관리가 매우 중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식물성 단백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콩 산업의 성장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GMO 표시제 개편을 통한 신뢰 확대와 국산콩 차별적 이용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상을 종합하여 그는 생산-소비라는 단선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콩과 관련한 다양한 산업군과 이용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한편 <기획>에서는 ‘농촌재생과 로컬창업으로 지역 활력의 기회를 만든다’라는 제목 아래 임경수, 이소은, 조희정이 각각 고향사랑기부제, 농촌재생사업, 그리고 로컬창업에 대해서 발표하고 장민기, 이재우가 토론에 참여하였다. 임경수는 지방소멸이라는 화두 속에서 2023년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하여 비슷한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흥미로운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어서 지역연고가 없는 수도권, 젊은 연령의 참여의사를 고려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대상에 포함시키는 전략이 필요함을 말하면서 특히 기부의 의미와 가치가 답례품에도 들어가도록 하고 일회성 기부를 넘어 잠재적 지역인구가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소은은 농촌공간의 통합적 발전을 위해서 2020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농촌협약제도와 현재 입법검토 단계에 있는 농촌공간계획 제도를 설명하면서 특히 이의 시행을 위해서 설립이 의무화되어 있는 농촌협약지원센터와 이와 유사한 중간지원조직 통합을 위한 (가칭) 농촌활성화재단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틀 속에서 추진해볼만 한 사업의 예로서 마을 정비 및 마을 보호, 축사의 정비, 농촌 빈집의 활용을 제시하였다. 조희정은 그는 지역재생과 관련하여 매우 많은 종류의 행위자들이 존재하고 다양한 정책들이 제공되는 농촌의 지역적 특성을 설명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는 지역창업의 유형을 9개로 나누어 제시하면서 이들이 ‘무엇’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반면 ‘누구’와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함을 지적한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부처별로 추진되는 사업을 연계하는 도구로서 협약제도가 중요하지만, 참여주체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고 그들 사이의 약속을 담는 틀로서 협약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자율성을 발휘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작은 활동을 시작하는 시도가 중요하다는 데에 공감이 이루어졌다. 지역을 바꾸는 주체로서 정주민들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이 있을 수 있음이 지적되었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청년들의 이주민적 특성을 인정하고, 동시에 원래부터 농촌지역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도 고려하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시되었다. 한편, 다양한 중간지원조직 간의 혼선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간조직의 역할을 잘 정의하는 일, 최종 결과물을 제시하기보다 거버넌스가 지역에서 형성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정리해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식료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 조건 중의 하나는 생산성을 높이고 안정화시킬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의 확산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호 <이슈>로는 농업기술센터의 데이터 농업에 대한 기여를 살펴본 박흔동의 글을 실었다. 그는 데이터 기반 영농으로 높은 생산성 달성이 가능함을 역설하면서 네덜란드의 선진적 사례를 소개한 후 본인이 농식품부의 ‘스마트팜의 단기모델 개발 사업’ 속에서 딸기 온실 125 농가에게 제공한 모니터링 장비 설치와 그 활용 서비스 사업의 내용을 설명하였다. 박흔동은 더 나아가 지역별로 특화작목이 있고 기후변화와 소비구조 변화에 따라서 재배방법에 상당히 큰 차이가 나타나는 우리 현실에서는 스마트 농업의 확산을 위해서는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관련하여 화성시 농업기술센터의 시설포도 스마트팜 보급과 통합관제시스템을 통한 최적 관수모델 개발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철원군 농업기술센터가 파프리카 및 토마토 농가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지역의 농업기상과 생육단계에 맞는 재배매뉴얼 개발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안정적 지역의 농업기술센터가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주산지 특화작목 중심의 활용 모델 개발이 가능하고, 농가에게 일상적 피드백을 할 수 있으며, 관련 생태계 구축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 농업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논단>에는 스위스의 식료안보 정책에 대한 이명헌의 글을 실었다. 스위스의 식료안보 정책을 크게 비상대책 체계와 농업활동에 대한 지불제로 나누어 살피고 있다. 스위스의 비상대책 체계는 상시적 대비기구(물자확보청(BWL)), 민간의 전문성 활용, 그리고 의무적 비축제도를 핵심으로 하며 농업과 식량에 대해서도 이러한 원칙이 관철되고 있다. 영양공급면에서 중요한 농산물 또는 식료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1년 수입물량에 해당하는 양을 의무비축량으로 확보함으로써 위기가 왔을 때 비상대응을 하면서 국내 생산전환을 통하여 국민 1인당 2300 칼로리 공급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정기적 점검을 통해서 비축수준과 관리 상황을 확인함과 더불어 위험요인의 변동 경향성을 분석하고 그 대응방안을 제시하면서, 품목별, 비상단계별로 동원할 정책수단의 실제 작동 정도를 평가하고 있다. 다른 한편 식료안보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 정책수단으로서는 지불제가 중요한데, 이것은 직접지불제 중 식료안보 지불, 개별작물 지불, 그리고 곡물추가지원금으로 구성된다. 식료안보 지불은 모든 직불제도에 적용되는 생태학적 성과증명 이외에 ‘식료의 생산능력의 유지에 기여하는 농작물의 경작’을 요건으로 하여 지불되어 가장 보편적인 직불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식료안보 지불은 구체적으로 3개의 하부 지불, 즉 기본지불, 조건불리 지불, 그리고 개방경작지 및 영년생 작물 지불로 구성된다. 기본지불을 통해서는 작목과 무관하게 농지 및 농업활동 유지를 지원하고, 조건불리지역 지불을 통해서 스위스 고유의 구릉과 산지에서의 농업활동을 지원하고, 개방경지 및 영년생 작물 지원을 통해서 보다 직접적인 곡류 생산의 기반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다른 한편 개별작물 지불은 국민의 칼로리 섭취 구조상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설탕과 식물성 유지(油脂)의 원재료에 집중되어 있다. 끝으로 곡류에 대한 추가지원금은 직불금과 달리 면적당 단가를 사전적으로 정하지 않고 일단 지원금 총액을 정해두고 사후적으로 재배면적에 균등 배분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특정 작목의 생산을 자극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명헌은 이같은 검토를 통해서 비상대비 체계의 상시화와 체계화, 민간의 전문성과 협조를 끌어내는 체계구축, 농업자원의 보존과 전환 탄력성 유지에 초점을 두는 정책, 식료안보 추구 정책에서 비용 효과성과 농업자원배분 왜곡의 최소화를 시사점으로 도출하고 있다.

9월이 오는 길목, 선선한 바람이 폭염에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치솟았던 세계 곡물가격도 최근에는 한 눈금 내려와 불안하나마 횡보하고 있다. 그러나 강바닥에 잠겨 있다가 모습을 드러낸 ‘배고픔의 돌’에 적힌 글귀를 금방 망각해버린다면 배고픔은 언제든 경고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기후 재난, 지정학적 갈등과 전쟁, 강대국의 패권경쟁과 얽힌 세계경제의 블록화. 이것은 바위보다 무겁고, 거기 새겨진 글보다 더 섬뜩한 현실이다. 지금 세계의 흐름을 읽고 미리 대비하는 비상대책을 꼼꼼히 점검하고, 소중한 농업자원을 보존하면서 식량이 우리 경제 속을 흐르는 혈맥을 진단하고, 농촌을 소통과 혁신이 이루어지는 삶의 터전으로 가꾸어 가는 일이 절박하다. 우리는 이미 바위를 보았다.

“하늘을 보고 날씨는 분별할 줄 알면서 왜 시대의 징조는 분별하지 못하느냐?”(신약성경 마태복음 16장 3절)


구분(제목/내용)텍스트첨부 (파일명 또는 URL)
제목특집좌담
내용우리나라의 식량 수급 여건변화 및 대응방향 / 김종인 외https://drive.google.com/uc?export=download&id=1PEEYtO63aghFU_jMMDB8IvmeoJt8iIoD
제목특집 1
내용한눈에 보는 쌀 산업 / 이동현https://drive.google.com/uc?export=download&id=1RB6aa5GIExbZwNcLksBYRi7lN4KMW029
제목특집 2
내용콩(대두) 가치사슬의 이해 / 장민기https://drive.google.com/uc?export=download&id=1WD13eoJbqjoydGwvrJeiU54bjE_bmMSU
제목기획
내용농촌재생과 로컬창업으로 지역 활력의 기회를 만든다 / 이소은 외https://drive.google.com/uc?export=download&id=1ZUliugVpttuMZF-GErvbwBlm8wbfs1M1
제목이슈
내용데이터 농업: 농업기술센터가 그 출발점이다! / 박흔동https://drive.google.com/uc?export=download&id=1Aa1Zhp1j4h-KQI-JVk5ZkLBRlPKpOy31
제목논단
내용스위스의 식료안보 정책 : 위기대응체계와 지불제도 / 이명헌https://drive.google.com/uc?export=download&id=1yjogKwY6ebpf-Fyw1mAP_G0BbRYBoD6M
제목전문 보기(흑백)
내용전문 보기(흑백)https://drive.google.com/uc?export=download&id=1EEMwPMMT00ObLMGTn7akHkiQmQvQ9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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