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는 아라비안나이트에 요술 램프에서 나온 거인의 이야기가 있다. 자신을 램프에서 꺼내 준 인간에게 복종하는 거인은 램프의 주인이 된 소년을 바로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 같았지만 악당이 램프를 훔치면서 소년은 곤경에 처한다. 옛날 이야기이니만큼 소년은 천신만고 끝에 램프를 되찾고 결국은 행복에 이른다.
현대사회에서 거의 무조건적인 신뢰를 받는 과학기술은 램프에서 나온 거인과도 같다. 기술의 체계적 발전과 그 응용 덕분에 옛날이라면 제왕도 꿈꾸지 못할 풍요와 편안함을 우리가 오늘날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이 모든 사람을, 모든 면에서 편안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더 나아가 과학과 기술의 구체적 모습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서로 어떤 약속을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지 여부에 따라서 달라진다. 온순한 하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만들어 내고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불어 일으키는 요물이 그 진면목인지도 모른다. 특히 주인인 사람들이 하인에게 무슨 일을 시켜야 할지 모른다면.
이번 호는 ‘스마트 농업, 무엇인가? 어느 길로 가야하나?’라는 제목으로 최근 정부가 중요한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스마트 기술의 농업분야로의 확산 현황과 그와 관련된 과제들을 살펴보았다. 첫 번째 특집으로 실린 글에서 김원경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농산물 산지유통에 어떤 과제가 있는지를 검토한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하여 조직과 사업 모델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제시한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 농업분야의 투자가 스마트팜, 드론 등 생산분야의 기술혁신 관련 개별 사업에 중심을 이루어졌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농업관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유통의 과정을 통합하거나 다양한 거래자간의 수요를 기반으로 신사업을 창출하는 활동이 자발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밸류체인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다양한 유통주체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러한 협력을 통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되야 할 부분은 정보의 개방과 공유, 활용임을 지적한다. 또한 소규모 산지주체에게 전문적인 자문을 해줄 수 있는 외부의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각 조직의 성장을 이끌 내부역량의 축적을 위해 정기적 교육과 현장중심의 인력육성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두번째 특집으로는 스마트 농업을 도입하고 있는 만인산농협APC에서 이루어진 전문가들의 세미나 내용을 실었다. 박기범은 현장에서 산지유통의 힘을 키우고 소비의 트렌드를 읽으며 효율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에 소량다품목 생산체계에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APC 구축을 추진하게 된 경험을 실감나게 설명한다. 그는 현재 만인산농협APC의 스마트화 수준을 부분적 자동화와 경영정보화 구현 수준으로 평가하고 더 높은 수준으로의 도약계획을 제시한다. 이어진 대담에서는 APC현장에서 시설장비 자동화에 대한 호응도는 높으나 데이터 관련 호응과 이해가 아직 낮다는 점, 그러한 상황에서 하향식으로 추진되는 정부정책이 적극적 참여를 부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생산, 유통, 소비 채널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정보들의 연결과 표준화가 중요한 과제인데, 정보 공개에 대한 유통주체들의 반감과 불안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되었다. 그 해결을 위해서는 여러 주체들간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세 번째 특집으로는 독일에서 농업 디지털화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이명헌의 글을 실었다. 연방하원의 기술평가국, 농민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연방영양농림부의 관련 문건들을 정리하여 도출되는 시사점은 스마트 농업이 가져다 주는 기회와 위험을 균형있게 살펴야 한다는 것, 그 기회 중 정책당국이 집중해 할 것은 투입감소, 환경적 기여와 같은 공익적 가치라는 점, 그리고 위험의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예컨대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경제주체들간의 힘과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와 새로운 기술이 농업인들의 노동과 경영상 자기결정성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라는 것이다.
이번 호 ‘기획’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농업부분의 고심을 담은 글을 두 편 실었다. 장민기는 거제시의 신활력 플러스 사업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은 남해안 최남단의 온화한 기후 속에서 전통적 작물 외에 아열대 작물을 이용한 농촌융복합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시도이다. 또한 산업도시라는 입지 조건 아래에서 ‘도-농 교류’를 중요한 전략으로 삼아 지역 내 도시공간, 도시민과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장민기는 거제시의 경험에 기초하여 국가 혹은 외부자본의 전략적인 투자와 이를 바탕으로 한 단선적(單線的)인 산업발전이 위험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동시에 기후변화·탄소중립의 과제가 어쩔 수 없이 농업·농촌이 이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니라 도시와 공감하며 함께 도전해야 하는 미래 과제임을 역설하고 있다. 다른 한편, 한민수는 중요한 축산 지역인 횡성군에서 탄소중립형 축산정책 모색을 위해서 10월에 열렸던 1회 축산발전 미래포럼의 발표들을 소개한다. 분뇨를 처리함에 있어서 기존 퇴·액비화 중심의 자원화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 바이오가스 발전은 물론 축분 고체연료, 열분해를 통한 합성가스 및 바이오차 생산과 같은 축산 바이오매스 관련 최신 기술 및 정책 동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논단’에는 특집 주제와 연결되는 두 편의 글이 있다. 이지은의 글은 농식품 R&D가 지역 수준에서 어떻게 추진되고 있으며 관련된 과제가 무엇인지를 다룬다. 지금까지 농식품 R&D에서는 중앙정부 재원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기에 지역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었으며 중앙이 정하는 정책방향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지자체별로 지역의 산업현황을 포괄하는 지역균형 뉴딜, 그린뉴딜, 지역주력산업 등 지역 단위의 정책이나 사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R&D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지역 농식품 R&D 기획 시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 연구 주체 등이 구체적인 역할을 분담하고, 지역 농정과 현안 과제, 특성 및 수요 등이 반영될 수 있는 지역 농식품 R&D 추진 체계 및 사업 모델이 필요함을 밝히고 있다. 다른 한편, 우태민은 ‘위험경관’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생명공학기술의 거버넌스를 분석하고 있다. 이 개념에 따르면 한 국가 또는 문화권 내에서 위험을 바라보는 관점(위험경관)은 하나가 아니며 다양한 주체들에 따라 복수로 존재하며, 한번 생산된 위험경관은 고정된 것이라기 보다는 특정한 계기나 시기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국내 바이오안전성 거버넌스는 정부 및 관계부처의 관료 중심의 위험경관이 우세한 지위와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수입국의 입장에서 주로 소비자의 위험경관을 고려해 왔다는 특징이 드러난다. 그러나 앞으로는 생명공학기술 발전의 속도와 그 영향을 고려하여 이해당사자의 범주를 넓히고, 농부, 지역주민, 농민단체 등의 위험경관도 중요한 고려대상으로 포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장’에 실린 유리나의 글은 농촌에 살면서 농기계를 생산하는 청년 사업가를 만나본 이야기이다. 소개된 송찬영은 고창에 살고 있는데 그곳의 지역특화 작물인 땅콩농사를 위한 전문 농기계를 제조하는 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먼저 귀촌한 삼촌을 통해서 기계에 대한 수요가 존재함을 알고 그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 그는 작은 규모이지만 고용을 창출하면서 전국 농기계 임대사업소에 납품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고창 땅콩으로만 만드는 버터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젊은 직원이나 기계 전문가를 구하기 어려워 시름에 잠기면서도 농지역 농산업 발전을 돕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유리나는 여러 동기와 배경에서 농촌으로 삶의 자리를 옮겨 보람을 찾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사회적 공동자원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농업의 스마트화는 그 자체로 목적이나 무조건 추구해야할 선(善)이 아니다. 기후위기, 농축산업이 환경에 지우는 부담,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지역소멸 위협, 농식품 부가가치 사슬 위에 나타나는 힘의 불균형 등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수단으로서 스마트화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램프는 우리가 문질렀다. 눈 앞에 나타난 거인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할 것인가? 이 거인은 만만히 보거나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 덩치와 힘에 기가 죽어서 하인이 될 수는 없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중앙정부와 전문가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가치 사슬 위의 다양한 주체가 서로 대화하며 찾아가는 일. 이것이 거인(巨人)의 주인(主人)이 되는 첫걸음이다.
발간일 : 2022년 10월 31일 분량 : 194쪽
[책머리에] 거인(巨人)과 주인(主人) / 이명헌(계간 농정연구 편집위원장,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누구나 아는 아라비안나이트에 요술 램프에서 나온 거인의 이야기가 있다. 자신을 램프에서 꺼내 준 인간에게 복종하는 거인은 램프의 주인이 된 소년을 바로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 같았지만 악당이 램프를 훔치면서 소년은 곤경에 처한다. 옛날 이야기이니만큼 소년은 천신만고 끝에 램프를 되찾고 결국은 행복에 이른다.
현대사회에서 거의 무조건적인 신뢰를 받는 과학기술은 램프에서 나온 거인과도 같다. 기술의 체계적 발전과 그 응용 덕분에 옛날이라면 제왕도 꿈꾸지 못할 풍요와 편안함을 우리가 오늘날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이 모든 사람을, 모든 면에서 편안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더 나아가 과학과 기술의 구체적 모습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서로 어떤 약속을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지 여부에 따라서 달라진다. 온순한 하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만들어 내고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불어 일으키는 요물이 그 진면목인지도 모른다. 특히 주인인 사람들이 하인에게 무슨 일을 시켜야 할지 모른다면.
이번 호는 ‘스마트 농업, 무엇인가? 어느 길로 가야하나?’라는 제목으로 최근 정부가 중요한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스마트 기술의 농업분야로의 확산 현황과 그와 관련된 과제들을 살펴보았다. 첫 번째 특집으로 실린 글에서 김원경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농산물 산지유통에 어떤 과제가 있는지를 검토한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하여 조직과 사업 모델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제시한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 농업분야의 투자가 스마트팜, 드론 등 생산분야의 기술혁신 관련 개별 사업에 중심을 이루어졌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농업관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유통의 과정을 통합하거나 다양한 거래자간의 수요를 기반으로 신사업을 창출하는 활동이 자발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밸류체인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다양한 유통주체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러한 협력을 통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되야 할 부분은 정보의 개방과 공유, 활용임을 지적한다. 또한 소규모 산지주체에게 전문적인 자문을 해줄 수 있는 외부의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각 조직의 성장을 이끌 내부역량의 축적을 위해 정기적 교육과 현장중심의 인력육성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두번째 특집으로는 스마트 농업을 도입하고 있는 만인산농협APC에서 이루어진 전문가들의 세미나 내용을 실었다. 박기범은 현장에서 산지유통의 힘을 키우고 소비의 트렌드를 읽으며 효율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에 소량다품목 생산체계에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APC 구축을 추진하게 된 경험을 실감나게 설명한다. 그는 현재 만인산농협APC의 스마트화 수준을 부분적 자동화와 경영정보화 구현 수준으로 평가하고 더 높은 수준으로의 도약계획을 제시한다. 이어진 대담에서는 APC현장에서 시설장비 자동화에 대한 호응도는 높으나 데이터 관련 호응과 이해가 아직 낮다는 점, 그러한 상황에서 하향식으로 추진되는 정부정책이 적극적 참여를 부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생산, 유통, 소비 채널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정보들의 연결과 표준화가 중요한 과제인데, 정보 공개에 대한 유통주체들의 반감과 불안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되었다. 그 해결을 위해서는 여러 주체들간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세 번째 특집으로는 독일에서 농업 디지털화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이명헌의 글을 실었다. 연방하원의 기술평가국, 농민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연방영양농림부의 관련 문건들을 정리하여 도출되는 시사점은 스마트 농업이 가져다 주는 기회와 위험을 균형있게 살펴야 한다는 것, 그 기회 중 정책당국이 집중해 할 것은 투입감소, 환경적 기여와 같은 공익적 가치라는 점, 그리고 위험의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예컨대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경제주체들간의 힘과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와 새로운 기술이 농업인들의 노동과 경영상 자기결정성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라는 것이다.
이번 호 ‘기획’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농업부분의 고심을 담은 글을 두 편 실었다. 장민기는 거제시의 신활력 플러스 사업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은 남해안 최남단의 온화한 기후 속에서 전통적 작물 외에 아열대 작물을 이용한 농촌융복합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시도이다. 또한 산업도시라는 입지 조건 아래에서 ‘도-농 교류’를 중요한 전략으로 삼아 지역 내 도시공간, 도시민과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장민기는 거제시의 경험에 기초하여 국가 혹은 외부자본의 전략적인 투자와 이를 바탕으로 한 단선적(單線的)인 산업발전이 위험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동시에 기후변화·탄소중립의 과제가 어쩔 수 없이 농업·농촌이 이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니라 도시와 공감하며 함께 도전해야 하는 미래 과제임을 역설하고 있다. 다른 한편, 한민수는 중요한 축산 지역인 횡성군에서 탄소중립형 축산정책 모색을 위해서 10월에 열렸던 1회 축산발전 미래포럼의 발표들을 소개한다. 분뇨를 처리함에 있어서 기존 퇴·액비화 중심의 자원화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 바이오가스 발전은 물론 축분 고체연료, 열분해를 통한 합성가스 및 바이오차 생산과 같은 축산 바이오매스 관련 최신 기술 및 정책 동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논단’에는 특집 주제와 연결되는 두 편의 글이 있다. 이지은의 글은 농식품 R&D가 지역 수준에서 어떻게 추진되고 있으며 관련된 과제가 무엇인지를 다룬다. 지금까지 농식품 R&D에서는 중앙정부 재원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기에 지역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었으며 중앙이 정하는 정책방향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지자체별로 지역의 산업현황을 포괄하는 지역균형 뉴딜, 그린뉴딜, 지역주력산업 등 지역 단위의 정책이나 사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R&D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지역 농식품 R&D 기획 시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 연구 주체 등이 구체적인 역할을 분담하고, 지역 농정과 현안 과제, 특성 및 수요 등이 반영될 수 있는 지역 농식품 R&D 추진 체계 및 사업 모델이 필요함을 밝히고 있다. 다른 한편, 우태민은 ‘위험경관’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생명공학기술의 거버넌스를 분석하고 있다. 이 개념에 따르면 한 국가 또는 문화권 내에서 위험을 바라보는 관점(위험경관)은 하나가 아니며 다양한 주체들에 따라 복수로 존재하며, 한번 생산된 위험경관은 고정된 것이라기 보다는 특정한 계기나 시기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국내 바이오안전성 거버넌스는 정부 및 관계부처의 관료 중심의 위험경관이 우세한 지위와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수입국의 입장에서 주로 소비자의 위험경관을 고려해 왔다는 특징이 드러난다. 그러나 앞으로는 생명공학기술 발전의 속도와 그 영향을 고려하여 이해당사자의 범주를 넓히고, 농부, 지역주민, 농민단체 등의 위험경관도 중요한 고려대상으로 포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장’에 실린 유리나의 글은 농촌에 살면서 농기계를 생산하는 청년 사업가를 만나본 이야기이다. 소개된 송찬영은 고창에 살고 있는데 그곳의 지역특화 작물인 땅콩농사를 위한 전문 농기계를 제조하는 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먼저 귀촌한 삼촌을 통해서 기계에 대한 수요가 존재함을 알고 그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시작한 그는 작은 규모이지만 고용을 창출하면서 전국 농기계 임대사업소에 납품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고창 땅콩으로만 만드는 버터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젊은 직원이나 기계 전문가를 구하기 어려워 시름에 잠기면서도 농지역 농산업 발전을 돕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유리나는 여러 동기와 배경에서 농촌으로 삶의 자리를 옮겨 보람을 찾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사회적 공동자원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농업의 스마트화는 그 자체로 목적이나 무조건 추구해야할 선(善)이 아니다. 기후위기, 농축산업이 환경에 지우는 부담,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지역소멸 위협, 농식품 부가가치 사슬 위에 나타나는 힘의 불균형 등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수단으로서 스마트화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램프는 우리가 문질렀다. 눈 앞에 나타난 거인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할 것인가? 이 거인은 만만히 보거나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 덩치와 힘에 기가 죽어서 하인이 될 수는 없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중앙정부와 전문가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가치 사슬 위의 다양한 주체가 서로 대화하며 찾아가는 일. 이것이 거인(巨人)의 주인(主人)이 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