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래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 중에 영구기관(永久機關)의 발명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었다.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으면서 자체적으로 영원히 일하는 기계의 꿈이다. 현대 물리학에서 에너지 총량 불변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정립되면서 영구기관은 그저 꿈일뿐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전보다 효율적으로 편리하게 에너지를 다루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영구기관이라는 상상(想像)은 헛된 공상(空想)이다.
모든 먹을거리를 극도의 효율성을 갖춘 공장에서 사람 없이 생산하는 상상이 펼쳐지고 있다. 흙도, 사람의 노력도 필요 없이 먹을거리가 만들어지는 세상. 영원히 공상이라고 밀쳐버릴 수는 없지만 그것이 실현되는 것은 인류 문명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때에나 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땅과 사람 없이 먹을 것을 얻을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떻게 사람들이 농사짓는 땅을 차지하고 이용하게 할 것인가는 우리 농업정책의 핵심 중의 핵심이 된다.
이번호 특집으로는 ‘농업 생산구조의 변화와 개선 과제’라는 주제 하에 농정연구센터 제356회 및 제 357회 세미나로 생산구조와 농업인력 연령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우리 농업의 중요한 축이 된 위탁영농과 청년농 농지이용 관련 정책의 과제를 점검하였다.
윤석환은 ‘농업 생산구조의 변화와 농지정책의 과제’라는 글에서 현재 농외 노동시장 확대와 농기계의 발달로 농업 생산 구조가 크게 변화했으며, 특히 논농사에서는 위탁영농이 일반화되었음을 지적한다. 그는 이로 인해서 농지개혁법, 헌법, 농지법이 실현하려고 하는 엄밀한 의미의 자작농적 토지소유 제도의 재검토·재구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행 농지법은 위탁영농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맞지 않으며 법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농지법의 위탁영농 금지 규정을 폐지하고, 농지 이용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과감한 주장을 피력한다. 특히 농기계를 보유하고 실질적으로 지역 농작업을 대부분 전담하여 수행하는 농업인이 중심이 된 조직이 적극적으로 영농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들녘 농지 전체를 시야에 넣고, 효율적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농지이용 조정 협력 시스템(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현재 사문화되어 있는 농지법 5조~19조에 규정에 따른 ‘농지이용증진사업’의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이향미는 ‘청년농업인 농지 이용 실태와 시사점’이라는 글을 통해서 청년농업인 및 후계농 대부분이 영농규모 확대 수요가 있지만, 농지도 부족하고, 농지 관련 정보 제공도 미흡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 쿠리야마 지역의 대응 사례로서, 농가인구 감소에 대응한 농지유동화 촉진과 청년농업인 유입 이후 지역이 그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제도적 틀인 ‘지역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정책으로서 농지·토양 DB기반 자원관리 플랫폼 구축, 농지와 취농자 정보 DB 구축, 청년농 전용 농지 개발과 제공, 그리고 청년농업인이 후계자가 없는 은퇴농의 농지와 무형 자산을 함께 이양받는 ‘제3자 계승형 농지지원 사업모델’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번호 논단으로는 농업소득 과세와 농촌의 사회적 경제 관련 정책의 대응과제를 다룬 글을 실었다.
홍정학은 현재 곡물 및 식량작물재배업은 과세 제외하고 다른 작물재배업은 10억원까지 비과세하고 있는 현행 소득세제가 과세 형평성, 농업정책 효율성, 농산물 거래의 투명성이라는 3개 측면에서 일으키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농업 경쟁력과 소득 안정화 차원에서 과세특례 폐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구체적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과세특례를 없애더라도 우리 농가 대부분인 판매금액 6천만원 이하 농가는 세부담이 전혀 없고, 6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의 농가도 세금이 미미함을 보여준다. 단, 농업인의 저항, 세수 대비 사회적 비용, 거래증빙 문제 등으로 인해 세법 개정은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농업계가 주도하여 논의하고 준비하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지영은 최근 중앙정부의 사회적 경제 관련 예산이 절반 이상 삭감되는 가운데 농식품부의 예산은 비교적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음에 주목한다. 그는 특히 농촌지역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을 고령화와 인구 소멸에서 찾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미션을 가지고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인구가 감소하여 수익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사업을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촌 지역에서는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과 실질적인 기여가 명확하다. 그는 농식품부 정책사업 중 사회적 경제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사회 서비스, 농촌 개발, 먹거리 지원 사업등의 세가지 종류를 꼽는다. 이러한 틀 속에서 사회적 경제를 확산하기 위한 과제로서 그는 ‘우수 사례’가 아니라 ‘적용 가능’한 사례의 확산, 유사 목적을 가진 조직들을 대표할 수 있는 우산 조직의 형성, 지자체에 대한 인적결합과 지역문제 해결이라는 방향성 제시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번 호 기획으로는 유리나와 이시내가 완주군의 농촌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 ‘꿈을 키우는 사람들(소꿈사)’의 송지은 센터장을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소꿈사는 자연드림 생협 조합원 모임의 마음 맞는 주민들이 모여서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만들어 준 데에서 시작해서 10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면사무소의 지원으로 2015년에 ‘들락’이라는 공간이 마련되었고 하교 후 아이들을 위해서 학습지원센터에서 수업 서비스와 자습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센터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선생님들은 모두 지역 주민이자 학부모들이다. 이처럼 소꿈사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환대의 공간을 제공하여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소꿈사를 지역에서 아이들을 잘 돌봐주는 중요한 기관으로 평가하고 있다. 소꿈사는 학교와 협력하여 마을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지역 주민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특성에 맞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처럼 소꿈사는 마을 교육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지속 가능한 운영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하고 있으며 인력 부족과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농지는 농업과 농촌의 바탕이 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그래서 농지와 관련한 특별한 법과 제도가 있다. 새로운 사람과 기술이 농업과 농촌으로 들어오는데 과거의 제도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서는 그 기회를 살릴 수 없다. 농지와 세금은 민감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큰 폭발력을 가진 문제이다. 그러나 시대에 뒤떨어진 농지제도, 세금제도로는 우리 농업농촌의 내일을 열기 어렵다.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은 모범답안을 자처하지 않는다. 이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더 활발해지도록 하는 촉매가 되기를 감히 기대한다.
발간일 : 2024년 7월 31일 분량 : 238쪽
[책머리에] 農의 근본, 땅과 사람을 다시 생각한다 / 이명헌 (계간 농정연구 편집위원장,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고대 이래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 중에 영구기관(永久機關)의 발명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었다.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으면서 자체적으로 영원히 일하는 기계의 꿈이다. 현대 물리학에서 에너지 총량 불변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정립되면서 영구기관은 그저 꿈일뿐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전보다 효율적으로 편리하게 에너지를 다루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영구기관이라는 상상(想像)은 헛된 공상(空想)이다.
모든 먹을거리를 극도의 효율성을 갖춘 공장에서 사람 없이 생산하는 상상이 펼쳐지고 있다. 흙도, 사람의 노력도 필요 없이 먹을거리가 만들어지는 세상. 영원히 공상이라고 밀쳐버릴 수는 없지만 그것이 실현되는 것은 인류 문명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때에나 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땅과 사람 없이 먹을 것을 얻을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떻게 사람들이 농사짓는 땅을 차지하고 이용하게 할 것인가는 우리 농업정책의 핵심 중의 핵심이 된다.
이번호 특집으로는 ‘농업 생산구조의 변화와 개선 과제’라는 주제 하에 농정연구센터 제356회 및 제 357회 세미나로 생산구조와 농업인력 연령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우리 농업의 중요한 축이 된 위탁영농과 청년농 농지이용 관련 정책의 과제를 점검하였다.
윤석환은 ‘농업 생산구조의 변화와 농지정책의 과제’라는 글에서 현재 농외 노동시장 확대와 농기계의 발달로 농업 생산 구조가 크게 변화했으며, 특히 논농사에서는 위탁영농이 일반화되었음을 지적한다. 그는 이로 인해서 농지개혁법, 헌법, 농지법이 실현하려고 하는 엄밀한 의미의 자작농적 토지소유 제도의 재검토·재구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행 농지법은 위탁영농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맞지 않으며 법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농지법의 위탁영농 금지 규정을 폐지하고, 농지 이용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과감한 주장을 피력한다. 특히 농기계를 보유하고 실질적으로 지역 농작업을 대부분 전담하여 수행하는 농업인이 중심이 된 조직이 적극적으로 영농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들녘 농지 전체를 시야에 넣고, 효율적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농지이용 조정 협력 시스템(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현재 사문화되어 있는 농지법 5조~19조에 규정에 따른 ‘농지이용증진사업’의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이향미는 ‘청년농업인 농지 이용 실태와 시사점’이라는 글을 통해서 청년농업인 및 후계농 대부분이 영농규모 확대 수요가 있지만, 농지도 부족하고, 농지 관련 정보 제공도 미흡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 쿠리야마 지역의 대응 사례로서, 농가인구 감소에 대응한 농지유동화 촉진과 청년농업인 유입 이후 지역이 그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제도적 틀인 ‘지역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정책으로서 농지·토양 DB기반 자원관리 플랫폼 구축, 농지와 취농자 정보 DB 구축, 청년농 전용 농지 개발과 제공, 그리고 청년농업인이 후계자가 없는 은퇴농의 농지와 무형 자산을 함께 이양받는 ‘제3자 계승형 농지지원 사업모델’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번호 논단으로는 농업소득 과세와 농촌의 사회적 경제 관련 정책의 대응과제를 다룬 글을 실었다.
홍정학은 현재 곡물 및 식량작물재배업은 과세 제외하고 다른 작물재배업은 10억원까지 비과세하고 있는 현행 소득세제가 과세 형평성, 농업정책 효율성, 농산물 거래의 투명성이라는 3개 측면에서 일으키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농업 경쟁력과 소득 안정화 차원에서 과세특례 폐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구체적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과세특례를 없애더라도 우리 농가 대부분인 판매금액 6천만원 이하 농가는 세부담이 전혀 없고, 6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의 농가도 세금이 미미함을 보여준다. 단, 농업인의 저항, 세수 대비 사회적 비용, 거래증빙 문제 등으로 인해 세법 개정은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농업계가 주도하여 논의하고 준비하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지영은 최근 중앙정부의 사회적 경제 관련 예산이 절반 이상 삭감되는 가운데 농식품부의 예산은 비교적 큰 변화 없이 유지되었음에 주목한다. 그는 특히 농촌지역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을 고령화와 인구 소멸에서 찾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미션을 가지고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인구가 감소하여 수익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사업을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촌 지역에서는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과 실질적인 기여가 명확하다. 그는 농식품부 정책사업 중 사회적 경제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사회 서비스, 농촌 개발, 먹거리 지원 사업등의 세가지 종류를 꼽는다. 이러한 틀 속에서 사회적 경제를 확산하기 위한 과제로서 그는 ‘우수 사례’가 아니라 ‘적용 가능’한 사례의 확산, 유사 목적을 가진 조직들을 대표할 수 있는 우산 조직의 형성, 지자체에 대한 인적결합과 지역문제 해결이라는 방향성 제시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번 호 기획으로는 유리나와 이시내가 완주군의 농촌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 ‘꿈을 키우는 사람들(소꿈사)’의 송지은 센터장을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소꿈사는 자연드림 생협 조합원 모임의 마음 맞는 주민들이 모여서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만들어 준 데에서 시작해서 10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면사무소의 지원으로 2015년에 ‘들락’이라는 공간이 마련되었고 하교 후 아이들을 위해서 학습지원센터에서 수업 서비스와 자습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센터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선생님들은 모두 지역 주민이자 학부모들이다. 이처럼 소꿈사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환대의 공간을 제공하여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소꿈사를 지역에서 아이들을 잘 돌봐주는 중요한 기관으로 평가하고 있다. 소꿈사는 학교와 협력하여 마을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지역 주민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특성에 맞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처럼 소꿈사는 마을 교육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지속 가능한 운영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하고 있으며 인력 부족과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농지는 농업과 농촌의 바탕이 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그래서 농지와 관련한 특별한 법과 제도가 있다. 새로운 사람과 기술이 농업과 농촌으로 들어오는데 과거의 제도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서는 그 기회를 살릴 수 없다. 농지와 세금은 민감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큰 폭발력을 가진 문제이다. 그러나 시대에 뒤떨어진 농지제도, 세금제도로는 우리 농업농촌의 내일을 열기 어렵다.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은 모범답안을 자처하지 않는다. 이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더 활발해지도록 하는 촉매가 되기를 감히 기대한다.